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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과연 노인이 가난한 나라인가
2019년 03월 20일(수) 16:23
영국에서 한 때 은퇴한 노인들이 인도의 낡은 호텔로 모여든다. 적은 비용으로 인생의 황혼기를 멋있게 보낼 수 있다는 과장 광고에 속은 사람들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저마다 다른 사연과 목적으로 인도행을 선택했지만 막상 와서 보니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하지만 그들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풍부한 인생 경험을 살려 낯선 땅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최근에 개봉했던 코미디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의 줄거리다.
비록 영화 속 이야기지만 선진국에서도 노후 준비는 만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오죽했으면 은퇴자가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을 찾아 먼 타국 땅까지 가는 것을 보면 짐작이 간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국가들 중 잘사는 경제대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OECD국가들 중 경제순위로 보면 10위권 내에 들어간다.
전 세계인구 중 25% 정도가 식량난과 식수난을 겪고 있다는 지표를 보더라도 먹을 걱정과 마실 걱정이 없을 뿐 아니라 100만 원을 호가하는 스마트폰이 넘쳐나는 나라다.
하지만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노인빈곤이 우리 사회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부끄럽게도 OECD 65세 이상 가구 상대빈곤율 1위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종교적 맹신에 가깝다. 자식 한 사람을 대학졸업까지 시키는데 드는 양육비가 대략 2억8000여만원이 든다는 연구가 있었다.
‘자식 키우느라 등골이 빠진다’는 말은 결코 헛말이 아닌듯 한데도 젊은 부모들 또한 대물림하듯 자식 교육에 골인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높은 교육열 때문이었음도 분명하다. 그러나 그 교육열을 그저 칭송하기에는 마뜩지 않다고 봐야 한다. 바로 과도한 교육비지출이 노후빈곤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자랑하지 못할 1위인 것이 여럿 발표되었던 사실도 이미 오래다. 학부모 부담 교육비 비율, 고등교육 이수율, 그리고 고령화속도 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주목해 볼만한 1위 항목이다.
예컨대 우리의 부모들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공교육비 사교육비로 지출해 고학력 자식 만들어 놓고 정작 부모들 스스로는 별 노후 대책 없이 엉겁결에 노년을 살아야 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OECD 33개국 회원국 가운데 미국, 일본, 영국 등의 노인 빈곤율은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만 유독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 속에 노인을 먼저 배려한 나라들과 달리 한국의 노인복지 재정 지출은 주요국 중 가장 적은 편이다.
가족 간 유대를 중시하는 전통 가치관이 무너져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노인의 삶은 고달플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도 노인이 한 집안의 기둥이자 가장으로 존경받던 시절이 있었다. 1884년 최초의 의료 선교사로 이 땅을 밟은 호러스 알렌은 경로효친의 전통에 감타하며 ‘조선은 노인들의 천국’이라 표현했다. 또 세계적 석학 아널드 토인비는 한국의 효(孝) 사상과 경로사상을 ‘온 인류의 으뜸가는 사상’이라고 말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으로 견뎌야 할 시간도 점차 길어지는 시대다. 96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2014 세계복지지표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50위, 소득보장 80위, 건강상태 42위, 역량 19위, 우호적 환경에서는 54위라고 한다. 전체 1위는 노르웨이가 차지했고, 스웨덴과 스위스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8위, 일본은 9위에 각각 올랐다.
이 자료에서는 역시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한 영역은 ‘소득보장’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을 말하는 ‘소득보장’ 부문이 96개국 중 80위로 노인이 가난한 나라다. 노인이 살기 힘든 나라라는 현실이 부끄럽다. 하지만 토인비가 부러워한 우리의 정신문화를 되살리자면 정부역할도 중요하다. 노인이 가난한 나라에서 노인이 행복한 나라로 가는 길을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부양만 받던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 출발하는 새로운 노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할 것이다.
그동안 부양만 받아온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노인상은 참으로 아름답지 않겠는가.
장기채 주 필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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