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목) 15:48
| 감독이 믿음 주면 선수는 해 낸다…잘 되는 집 김학범호 오세훈, 조규성에 이동경까지…경기마다 해결사 나와 |
| 2020년 01월 20일(월) 16: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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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입장에서 가장 괴로운 것이 소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것이다. 상대가 우리보다 잘해서 쓴 결과를 받아들여야하는 것은 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가 가진 것을 제대로 쏟아내지 못하거나 스스로의 실수로 자멸하는 것은 곱절로 속이 아프다.
특히 연습 때는 그렇게 펄펄 날던 이들이 정작 실전에 들어가 날개 꺾이는 일이 반복된다면 팀을 이끄는 지도자 입장에서는 할 것이 없어진다. 반대로, 믿었던 이들이 그 신뢰에 부응하면 그것보다 수월할 수가 없다. 내보내는 카드마다 족족 통한다면 금상첨화. 적어도 지금까지는 김학범호가 그렇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이 지난 1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탐마삿 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2-1로 승리,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4년 1회 대회부터 4회 연속 4강(4위→준우승→4위→?)에 오르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제 1경기만 더 승리해 결승에 오르면 한국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됐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23명 최종 엔트리 중 21명의 선수들을 뛰게 하는 등 과감한 선수 운영으로 안으로는 에너지를 비축하고 상대에게는 계산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뒀던 김학범 감독은 요르단과의 경기에서도 변화의 폭을 크게 가져갔다.
우즈벡과의 3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오세훈을 벤치에 앉히고 대신 조규성을 선봉장으로 배치했다. 창의적인 패스 능력을 갖춘 김진규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로 출전한 것을 포함해 무려 8명이나 달라진 베스트11로 경기를 시작했다. 성적이 최우선인 대회에서 매 경기 이 정도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과적으로 선택은 또 적중했다.
대표팀은 전반 15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터뜨려 기선을 제압했다. 프리킥 기회에서 계획된 세트피스가 빛을 발한 결과다. 김진규가 짧게 내준 공을 김대원이 박스 안으로 올렸고 이를 정태욱이 머리로 따냈다. 정태욱의 헤딩 패스를 받은 이동준이 헤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골키퍼와 부딪혀 공이 떠올랐는데 이를 문전에서 조규성이 높게 솟구쳐 마무리했다.
이란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왼발 중거리포로 승리의 견인차 몫을 했던 조규성은 다시 떨어진 선발 출격 명령에 선제골로 보답했다. 물론 이후 추가골 찬스를 놓쳤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나름 몫을 해냈다. 그 아쉬움은 조커 이동경이 채워줬다.
번번이 추가골 기회를 놓치며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한국은 결국 후반 30분 요르단에 일격을 허용했다. 1-1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돌입, 모두가 연장전을 떠올리고 있을 때 이동경이 번쩍였다. 이동경은 자신이 만들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직접 그림 같은 왼발 슈팅을 성공시키면서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이동경은 사실 이번 대회 '에이스'로 꼽혔던 자원이다. 23명 엔트리 중 유일하게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합류, 데뷔전도 치렀을 정도다. 지난해 3월 열린 이 대회의 예선전에서는 3경기에서 6골을 뽑아내는 결정력으로 본선행을 이끌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이동경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았고 승부처에서 교체카드로 뽑아들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요르단전은 조커 싸움에서 성패가 갈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동경을 점찍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시쳇말로 돗자리를 깔고 앉아도 될 정도로 감독의 촉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중국과의 1차전 선봉장으로 나섰다가 실망에 그쳤던 오세훈은, 우즈베키스탄과의 3차전 때 다시 신뢰를 받고 출격해 멀티골을 터뜨려 2-1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언급한 요르단전 플레이메이커 김진규는 직접 프리킥이 골대를 때리는 등 확실히 좋은 몸놀림을 보이며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감독이 믿고 내보내면 선수들이 척척 답을 해내고 있다. 전체 엔트리 23명 중 8강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풀타임을 소화한 이는 골키퍼 송범근이 유일하다. 되는 집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김학범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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