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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환자 문건유출 아이러니…불법이 검역강화에 일등공신

21세기병원 진단서 발급·16번환자 자진신고도 밝혀져
中에 집중한 방역대책 허점 드러나…검역 확대한 계기

2020년 02월 13일(목) 17:25
운남동주민안전방역단이 지난 10일 오후 16·18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머물렀던 광주 광산구 운남동 광주21세기병원 앞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유출된 역학조사 문건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대책에 구멍이 생긴 걸 밝혀내고, 검역 대상을 확대하는 조처까지 이끌어내 아이러니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불법 행위가 의도하지 않게 정부의 방역대책을 보완하고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을 막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출된 여러 건의 문건 중에서도 광주광역시장 별정직 정무비서관(5급) A씨가 외부로 빼돌린 16번 환자(42·여) 역학조사 보고서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내용도 정확했고, 지병 등 환자의 내밀한 의료정보가 담겨 있었던 까닭이다.
13일 광주지방경찰청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공무상 비밀 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광주시 공무원 A씨를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4일 '코로나19' 16번 환자의 동선 등 개인정보가 담긴 공문서를 전달받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해당 문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지인들에게 유출했다. 해당 문건은 16번 환자가 거주하는 광주 광산구에서 만들었다. 이 문건에는 환자 인적사항과 거주지, 증상, 가족 나이와 직업, 재학 중인 학교 이름까지 자세히 담겨 있었다.
A씨는 이 문건을 '유학생이 많으니 조심하라'며 모 구청 직원과 모 대학 관계자 등 지인 2명에게 보냈고, 지난 4일 낮 12시쯤부터 맘카페,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됐다.

◇ 유출 문건으로 방역구멍 확인…당국, 서둘러 중국외 방역강화

그런데 이 문건 유출을 계기로 태국 방콕과 파타야 등을 여행하고 귀국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 환자가 의심 증상을 스스로 신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방역당국은 중국에 한해서만 강화한 검역을 진행하고, 이를 다른 국가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유출된 문건을 계기로 방역에 구멍이 생긴 게 명확해졌고, 검역 대상을 확대라는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결국 방역당국은 중국이 아니더라도 '코로나19'가 발생한 국가에서 입국한 사람은 의사 소견에 따라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례정의를 변경했다.
유출된 문건은 딸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고 국내 첫 병원내감염이라는 눈총을 받아온 16번 환자, 임시폐업한 21세기병원, 의심신고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은 광산구보건소의 억울함까지 풀었다.

◇유출 문건 덕에 환자·21세기병원·광산구보건소 억울함 풀어

역학조사 문건을 보면 16번 환자는 1월 15~19일 태국을 여행한 뒤 19일 귀국했다. 이후 25일 발열과 오한 증상이 나타났고, 27일부터 2월 3일까지 21세기병원 네 차례, 전남대병원을 두 차례 방문했다.
16번 환자 딸(18번 환자·21·환자)이 21세기병원에서 인대봉합수술을 받았고, 해당 환자가 지병으로 폐암을 앓고 폐렴 증세를 겪은 내용도 유출 문건에 적혀있다.
유출된 문건은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16번 환자가 21세기병원을 네 차례, 전남대병원을 두 차례나 방문한 이유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가족들은 추가 감염되지 않았는지 등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로 인해 얼마 가지 않아 16번 환자가 보건소에 의심증상을 신고했지만, 중국이 아닌 태국을 여행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검사를 받진 못한 점이 드러났다. 의사(의심)환자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은 보건소도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 문의하는 등 나름의 검증 작업을 거쳤다는 게 확인됐다.
광주 21세기병원도 일찌감치 코로나19를 의심하는 진단서를 발급했고, 전남대병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보건소에 문의전화를 했다. 해당 문건이 아니었으면 16번 환자와 21세기병원 등에 비판이 쏠릴 수도 있었다. 건강상태질문서 작성, 입국자 주소지 및 연락처를 확인하는 특별입국절차 대상 국가도 중국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환자 수는 12일 오후 5시 기준으로 28명을 유지하고 있다. 퇴원자는 총 7명까지 늘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향후 며칠간 추가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으면 지역사회 전파 위험도를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아라 기자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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