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영수회담에 거는 기대

2020년 02월 27일(목) 16:52

일명 ‘우한 폐렴’이라고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2천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덩달아 늘어나는 등 그 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8일 만난다.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들이 청와대가 아닌 국회에서 처음 회동하는 것이나 의제 형식을 놓고 별다른 잡음이 없다는 것은 지금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회동에서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입법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추경에 대한 협조 방침을 밝힌 것이나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감염병 예방·관리법,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 등 이른바 ‘코로나 3법’을 의결한 것은 고무적이다. 여야가 정파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초점을 맞춰 초당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국가적 위기에 정치가 개입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위기 극복보다는 정치적 이해를 염두에 둔 듯한 언행이 심심찮게 나와 국민들을 실망시킨다. 4월 총선이 코 앞에 닥친만큼 상대를 공격하는데 절호의 기회라 여길 수 있겠으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권 심판론’이나 ‘야당 심판론’을 넘어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향후 일주일을 코로나19 확산의 고비로 보고 있다. 중대 국면에 진입한 만큼 구체적 대응방안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이들의 활동을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특히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이번 회동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우선 향후 대책에 초점을 맞춘 건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산불이 마을 앞까지 들이닥쳤는데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화재 원인에 대해 다툼을 벌인다면 마을이 어떻게 되겠는가. 우선 불을 끄고 난 뒤 문제점을 따져 그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

호남신문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