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온라인개학, 수업혼란 최소화 관건 교육부서 추천한 원격학습 도구들 서버 불안 여전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 없거나 부족한 가정도 많아

2020년 04월 08일(수) 17:28

대한민국 학교가 사상 최초로 온라인 개학을 한다.

개학 첫날인 9일은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만 먼저 원격수업을 시작하며, 총선 다음날인 16일부터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이 개학하고,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1~3학년은 20일부터 학사일정이 시작된다.

초·중·고교의 원격수업은 실시간 화상 연결로 수업을 진행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EBS 등 동영상 수업을 보고 토론 등을 하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담당 교사가 자신의 교과와 학교 여건, 학생들의 학년 등을 고려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수업 방식을 채택하며, 교사에 따라 2~3가지 유형을 섞어서 쓸 수도 있다. 어느 방식을 쓰든 ‘가르침’과 ‘배움’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모든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보니 가르침과 배움에 쓰이는 원격수업 도구부터가 말썽을 부리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먼저 우려가 쏟아졌던 것은 학생들이 배울 도구가 충분하냐는 문제다. 원격수업을 들으려면 최소한 스마트폰이 한 대 있어야 하며, 원활하게 큰 화면으로 수업을 들으려면 스마트패드나 노트북, PC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원격수업을 들을 기기가 없는 초·중·고교생이 몇 명인지 조사해보니 총 22만3천명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기기가 없는 학생들에게 대여해줄 스마트 기기를 총 32만1천대 확보했으므로 기기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도 교육청과 학교가 23만대, 교육부가 5만5천대를 비축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만6천대를 기증했다.

기기는 교육급여 대상자 등 저소득층에게 최우선으로 대여하고, 다자녀·한부모·조손 가정 등에도 학교장 재량으로 대여하기로 했다.

교사들이 가르침에 쓸 도구도 문제다. 교사들의 대표적인 걱정은 ‘학습관리시스템’(LMS)이다.

원격수업 유형에 상관없이 교사가 학습자료와 과제를 공지·공유하고 출석을 관리할 LMS가 필요하다. 교육 당국이 제공하는 LMS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IRS)의 e학습터와 EBS의 ‘EBS 온라인클래스’가 있다. 각 사이트 콘텐츠와 수업을 연계해 학생들의 진도율을 체크할 수 있다.

그런데 e학습터는 지난 3일 새벽 2시부터 밤 9시 사이에 교사들이 업로드한 자료가 모두 사라지는 사고가 있었다. EBS 온라인클래스 역시 때때로 접속이 원만하지 않다는 민원이 나오고 있다.

당국이 제공하는 LMS가 불안정하다 보니 교사들은 ‘클래스123’, ‘구글 클래스룸’ 등 민간업체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은 민간 프로그램까지 능숙하게 다루지만, IT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교사들은 원격수업은 물론이고 LMS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교사에 따라서 온라인 수업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수업도 큰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쌍방향 실시간 수업에 쓸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교사들이 걱정하는 불안 요소다. 교육 당국은 미국 업체가 만든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이 다루기 쉽고 기능이 다양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권장했는데, 최근 미국에서 줌이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학교는 아예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포기하거나 극히 일부만 하고, 단방향 콘텐츠형과 과제형 수업만 하기로 했다.

광주지역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 실시 여부를 조금 더 일찍 결정했더라면 학교와 교사들이 좀 더 충실하게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면서 “전체 교무회의 결과, 기본적인 온라인 수업은 EBS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해졌을 때 쌍방향 수업을 일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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