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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인은 지혜의 등불이다
2020년 05월 20일(수) 17:48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다. 많은 일을 경험하며 말도 많지만 지혜도 많다. 초라한 겉모습을 싫어하기 보다 아름다운 지혜를 그 속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을 보호할 줄 아는 사회는 복된 사회일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가정의 꽃이라면 노인은 지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들면 버려야 할 것들도 많다.

노년은 원숭이, 어린아이와 똑같아지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개처럼 살다 원숭이처럼 늙은 것은 서럽다. 그 서러움이 서운함이 되고 서운함은 노여움이 되고 소신은 아집이 된다. 마이크를 잡아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말이 많아질수록 주위에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오죽하면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을까. 나이 들면 버려야 할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건배사 중에 ‘껄껄껄’이 있다. 몇 개의 서로 다른 풀이가 전해지지만 ‘좀 더 사랑할 걸, 좀 더 즐길 걸, 좀 더 베풀 것’이 으뜸이다. 그렇다. 죽기 전에 ‘좀 더 열심히 일할 걸’ 이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더 즐기고 사랑하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두 손을 꼭 쥐고 있지만, 죽을 때는 반대로 두 손을 편다.

태어날 때는 세상 모든 것을 움켜잡아 가지고 싶지만, 죽을 때는 가진 것을 다 내주어 빈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살 이라도 더 먹기 전에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즐기는 법을 배우고, 베푸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 나라 노인들은 지혜고, 버려야하고 할 겨를조차도 없다.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사는 노인이 더 많다. 보건복지부 ‘노인 실태 조사’에서는 전국에 홀로 사는 만 65세 이상 노인은 120만 명이 넘고, 이들은 평균 3.86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대한민국 노인의 ‘오늘’은 과연 암울한가. 좀 산다는 나라 가운데 노인이 가장 가난한 나라가 한국이다. 정부에서 나오는 공적연금 소득을 빼면 한국 노인 10명 중 9명이 1년 내내 한 푼의 벌이도 없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끼니를 걱정하는 노인들’은 바로 우리 이야기다.
어쨌든 불교의 설화 모음에 나타난 노인의 지혜는 끝없이 많다. 이제 멋있는 노년을 위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노인이 사는 지혜를 터득해 보자. ‘논어’ 자한 편에서 ‘공자는 4가지가 완전히 없었다(자절사·子絶四)고 했다. 4가지란 의(意), 필(必), 고(固), 아(我)다.

여기서 ‘의’는 근거 없는 억측이요, ‘필’은 무리하게 관철 시키려는 자세요, ‘고’는 융통성 없는 완고함, ‘아’는 오직 나만이라는 집착으로 풀이된다. 이 4가지가 없어야 성인이라 하니, 범인으로서 이를 끊는 일이 또 얼마나 어려운지는 말할 것도 없다.
탈무드는 인간의 생애를 7단계로 설명했다. 한 살은 임금님, 모든 사람들이 임금님 모시듯 비위를 맞춘다. 두 살은 돼지, 진흙탕 속을 마구 뒹군다. 열 살은 새끼 양, 웃고 떠들고 마음껏 뛰어다닌다. 열여덟 살은 말, 다 자라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결혼하면 당나귀, 가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한다. 중년은 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사람들의 호의를 개처럼 구걸한다. 노년은 원숭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린이와 똑같아지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늙은이가 되면 설치지 말아야 한다. 미운 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랑 하지도 말고 조심조심 알려줘야 한다. 알고도 모르는 척 어수룩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이기려 하지 말고 져주시구려 지는 것이 아기는 것이니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이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란다.

지금 이런 말들이 다 잔소리처럼 들리는 청춘도 있을 것이다. 바지 지퍼 올릴 힘조차 없거나 흘리는 게 많아 식탁 위가 지저분해질 때쯤에나 걱정할 이야기라고 코웃음 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과 노년의 경계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이제 노인이 행복하게 사는 길을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장기채 주필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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