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물속까지 깨끗한 담양’을 만들어가는 친환경 농업곤충 ‘깔따구’

2020년 06월 17일(수) 17:05

<담양 생태환경 기고> 
이학박사   송   국
  깔따구는 학명이 Chironomus plumosus prasinus(종명 : 프라시누스)로 절지동물문 곤충강 파리목 깔따구과의 한 종이다. 고생대 데본기(약 3억 5천만년 전)에 나타난 유시곤충(有翅昆蟲, 날개가 있는 곤충)의 일종이 종 분화를 거듭하여 파리와 모기와 함께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다. 다른 생물에 비하여 천적에 대응하기 위한 확실한 무기가 없어 생존경쟁에 취약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산란을 하는 다산과 무리지어 살아가는 군집생활, 산소가 부족한 오염수 속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물살이 곤충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살아남아준 것이 고맙고, 안쓰럽고, 불쌍하고, 쌀농사에 아주 큰 도움을 주는 곤충이다. 
  몸길이가 약 5~11mm 정도의 새끼손톱 길이만한 크기의 작은 생물로 어린 유충뿐만 아니라 성충이 되어서도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특징이 있다. 어린 유충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6ppm 이상 되는 4급수와,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인 용존산소(DO)가 희박한 4등급의 수질 오염이 심각한 곳에서도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생물이다. 담양 수질의 환경 조건이나 오염 정도를 지시해주고 표식해주는 수질환경오염의 지표곤충이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는 깔따구가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처럼 생각하는데, 이것은 깔따구의 생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와 무지의 잘못된 편견이다. 깔따구 유충은 수질을 나쁘게 만든 것이 아니고, 오히려 무논에 서식하며 정화하기 힘든 유기물이 썩어서 더러워진 퇴비와 유해물질을 먹어, 벼가 살기 좋은 토양으로 바꿔 물속을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참으로 고맙고 기특한 반수서 곤충이다. 육안으로 논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실지렁이처럼 수십 마리가 모여서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트위스트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이 깔따구 유충이다.  
  우리 담양군에는 매년 5월말 청개구리가 초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울어대며 산란과 부화를 하여 자란 올챙이와 송사리 떼, 미꾸라지, 애물땡땡이 등 물속 생물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헤매는데 그 대표적인 먹이가 깔따구 유충(애벌레)이다. 6월 초 밤꽃이 피고 모내기가 시작되면 물속에서 우화한 깔따구가 대발생한다. 자세히 바라보면, 무리지어 춤을 추는 군무(群舞)는 무질서한 혼돈(Chaos) 속에서도  자기들 나름대로 군집을 이루며 둥근 모양의 질서 있는 집단 비행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때쯤이면 제비도 새끼를 치고 거미 알집에서 수많은 새끼 거미들이 거미줄을 흩뿌려 비행을 하는데, 모두다 무리지어 날고 있는 수많은 깔따구를 먹이로 삼기 때문이다. 
  먹이생태계에서 생산자인 벼가 자라는데 깔따구가 1차 소비자가 되어 개구리나 거미의 먹이가 되고, 이들 2차 소비자가 3차 소비자인 뱀이나 새들에게 잡아먹히며 생태계가 평형을 이루어 전 국민이 인정하는 생태도시 담양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대면하는 모든 생물체들이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것은 없다. 깔따구 역시 일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나와 있지만 아주 극히 드문 사례이다. 하지만 모기처럼 흡혈을 하며 병원균을 옮기지 않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는 촘촘한 방충망을 치면 친환경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을 할 수 있다. 
  깔따구의 방제는 자연적 방제와 생물학적 방제, 화학적 방제가 있는데, 
  자연적 방제는 먹이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는 깔따구를 자연생태의 순리대로 놔두면 자연적으로 개체수 조절이 된다. 늦여름 벼가 익을 때쯤이면 논이 마르게 되고, 물과 함께 진화해온 깔따구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다음 해를 기약하고 자연스레 사라지는 가장 이상적인 방제이다.  
  생물학적 방제는 물속에 살고 있는 유충 단계에서 1차적 방제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깔따구 유충을 먹이로 좋아하는 송사리, 미꾸라지, 피라미, 올챙이 애물땡땡이, 꼬마물방개 등을 방사하여 방제하는 방법이다. 국지적으로는 가능하나 넓은 지역을 지속적으로 방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며, 설령, 단기적으로는 방제가 되더라도 결국 먹이생태계 평형이라는 자연생태 법칙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 방제로 회귀한다.   
  화학적 방제는 성충 단계의 2차적 방제를 목적으로 농약이나 살충제 등을 분무기나 스프레이로 살포하여 해충뿐만 아니라 주변 생물까지 몰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독성물질은 먹거리와 함께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기타 깔따구가 밝은색 계열의 명도가 높은 흰색계열의 옷이나 불빛에 모이는 특성을 이용한 유아등 포충기, 끈끈이 트랩 등으로 방제하기도 한다. 이 기구들을 설치한 곳 주변에 잠시 효과를 볼 수는 있어도 이로운 생물까지 죽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최근 코로나19 방역과 맞물려 항간에 일부 군민들 중에 깔따구의 폐해에 대한 방제 민원을 제기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깔따구의 생태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 불평 없이 잘 살아왔다. 깔따구가 하찮은 벌레라고 생각하지만 지구상에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고마운 생명체로, 가을이 되면 낙엽과 함께 홀연히 사라지는 아름다운 은퇴자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전생에 무슨 업보(業報)가 있어 자기 몸을 다른 생물에게 보시(報施)하며 살아가는 미물의 삶이 성스럽지 않는가?  
  길을 가는 사람 눈앞에서 현란한 춤을 추어 성가시게 하는 깔따구 때문에 잠시 불편할 수 있다. 농약을 뿌리고, 유아등을 설치하는 행위 등의 방제는 담양 논습지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자연생태를 파괴하면 그 영향은 배가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담양의 청정한 친환경 농산물 먹거리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곤충학자로서, 생태학자로서 담양군민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생태농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깔따구를 더부살이 친환경 농업곤충으로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미덕을 보여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