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뜯으면 비닐 한무더기가 생겨" 재포장 금지제 두고 관련업계 '혼선'…"영업 자유제한" 반발 정부 "왜 소비자만 고생해야하나…이젠 업체들이 노력해야"

2020년 07월 06일(월) 18:16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묶음포장 제품이 판매되는 모습.

"대형마트 갔다가 포장을 뜯으면 비닐 한무더기가 생긴다."
국내 식품·유통업계의 과도한 포장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미 악명이 자자하다. 과자 봉지 안에 질소의 비중이 정작 과자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를 풍자한 "질소를 샀는데 과자 부스러기가 들어 있다"는 우스갯소리는 익숙해진지 오래다.
대형마트에서 행사 상품이 과다하게 포장되는 사례도 우후죽순격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장을 본 뒤엔 다량의 포장 비닐과 박스를 버려야 한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식품·유통업계의 '1+1 포장'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재포장 금지제도 마련에 나섰지만 관련 업계와의 의견 조율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포장제품을 여러개 묶어 비닐로 또 감싸는 '재포장'을 금지하는 제도와 관련해 산업계·소비자단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협의체 첫 회의가 오는 10일 열린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재포장 금지 관련 시행규칙(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업계 혼선이 빚어지자 내년 1월로 적용시기를 미뤘다.
환경부는 이번 재논의 과정을 거쳐 재포장 금지제도 관련 업계 가이드라인(지침서)을 보완할 예정이다. 특히 '재포장 예외 기준'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불가피한 경우까지 재포장을 금지해 부작용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협의체의 재포장 기준 논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재포장이 식품·유통업계의 관행으로 자리잡아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포장 제품의 재포장을 금지해 제조·유통업체들의 영업 자유를 제한하거나 소비자의 상품 결정권을 제한하기보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과 분담금을 통해서 '재포장 줄이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포장의 기준 자체가 분명치 않다보니 업계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재포장의 기준을 '바코드'로 구분하려 했으나 유통단계에서 바코드를 스티커로 인쇄해 제품 겉면에 쉽게 붙일 수 있어,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가격할인' 등과 같은 판촉행위를 재포장의 기준으로 업계에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누가봐도 재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모호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며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기업들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했다.
환경부도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협의체 논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는 재포장 금지제도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업계와 자발적인 포장재 감축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포장 폐기물이 급증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포장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와 유통업체 제조업체들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지난 10년간 생활 폐기물은 10% 늘었고, 포장재는 100%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작년에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소비자들만 고생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며 "결국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선 생산자와 판매자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