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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학폭 의혹’ 왜?…폭로 vs 부인 속 ‘마녀사냥’ 우려도

숨어 있던 피해자들의 반격
한편에선 마녀사냥 우려도
아이돌 기획사, ‘인성관리’ 화두

2021년 02월 23일(화) 17:37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를 중심으로 스포츠계에서 촉발된 학교폭력(학폭) 의혹 제기가 연예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아이돌은 물론 트로트가수, 배우 등에 대해 관련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22일에만 다섯 명이 넘는 연예인에 대한 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2018년 ‘성폭력 미투’에 이어 사회 전반을 뒤흔들 ‘학폭 미투’로 명명되고 있다.
최근 배우 조병규를 비롯 ‘(여자)아이들’ 수진, 배우 김동희, ‘티오오(TOO)’ 차웅기 등에 대한 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각 소속사는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수진 등은 직접 소셜 미디어에 입장을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폭로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배우 서신애가 수진의 학폭 피해자로 이름이 거명되면서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또 세븐틴 민규, KBS 2TV ‘트롯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트로트 가수 진해성, 배우 박혜수 등도 학폭 가해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이오아이’ 출신 김소혜는 3년 전 제기됐던 학폭 의혹이 그대로 다시 불거지는 당황스런 상황에 처했다.
이들 소속사는 모두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이전 루머 유포자를 선처했던 김소혜 측은 이번에 루머를 퍼뜨린 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단호하게 선처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도 연예인에 대한 학폭 폭로는 있었다. 지난 2011년 혼성그룹 ‘남녀공학’의 남성 멤버가 과거 일진이었다 사실이 밝혀진 후 팀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최근 사례도 있다. 지난 2019년에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상위권에 속했던 대형 기획사 연습생 윤서빈은 학폭 의혹 제기 후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같은 해 ‘잔나비’ 전 멤버 유영현도 학폭 의혹이 제기된 뒤 팀을 탈퇴했다.
앞서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 중이던 진달래는 과거 학폭 의혹에 발목이 잡혀 사과하고,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그런데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폭 논란 이후, 연예계 학폭 의혹 제기가 한번에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약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네이트판 익명 게시판, 소셜미디어 등 피해자의 폭로가 언제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이 마련됐다.
이와 함께 쉽게 이슈 몰이를 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되는 25일을 앞두고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규 학폭을 주장한 글쓴이도 “실검 기능이 없어지기 전에 다들 폭로하라는 댓글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 10개 중 절반가량은 연예인들 학폭 관련 이슈로 도배되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고 있는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예에서 볼 수 있듯, 피해자에 대해 다수가 공감하는 상황이다. 이런 점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학폭을 더 이상 어릴 때 치기로 삼지 않고, 범죄로 인식하는 사회변화와도 맞물린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불거진 학폭 주장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 물론 가해자로 밝혀질 경우 엄벌에 처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과거의 일이라도, 피해자가 겪었을 그간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쉽게 용서하면 안 된다. 그런데 혹시나 연예인 중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7년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의 악플러 사건을 담당했던 고승우 변호사가 최근 블로그에 남길 글이 예다.
악플러는 온라인 게시글에 중학생 시절 박지훈으로부터 학폭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남겼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글쓴이는 박지훈과 같은 지역 중학교 출신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만난 적도 없었다. 
의혹 제기가 폭로 대상이 인기 정점에 있을 때 터져나오는 것도 상황을 쉽게 단정할 수 없게 만든다. 부러움, 시기 등 다른 감정이 섞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긴 무명 생활을 겪다 최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빛을 본 조병규도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할 때, 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작년에는 이원일 셰프의 약혼녀 김유진 프리랜서 PD가 예능에 출연하며 얼굴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12년 전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담긴 글이 게재됐다.
실제 피해자는 가해자가 정점에 섰을 때, 트라우마가 커져 폭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아닐 경우, 연예인의 명성에 먹칠을 하려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은 학폭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상당히 피해를 받을 수 있다. 무분별한 루머가 양산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오랜 무명 생활을 겪다 최근 JTBC ‘싱어게인’으로 아름을 알린 가수 요아리는 제기된 학폭 의혹을 부인하며 “저는 법을 모르고 이미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미지 관리가 생명인 아이돌이 소속된 기획사에서는 몇년 전부터 ‘인성 관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초창기 아이돌은 ‘학교에서 놀아봤다’는 이미지가 있어 남에게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사고를 쳐도 어느 정도 용인이 됐다.  
하지만 시대는 크게 달라졌다. 최근에는 연습생 시절부터 모범된 학교생활에 대해 강조하는 건 물론, 연습생으로 발탁할 때부터 그에 대한 평판 조사를 한다.
어릴 때부터 아이돌이 꿈인 학생들은 일찌감치 스스로 자기 관리에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릴 때 행한 잘못을 작정하고 숨기면, 기획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 아이돌 기획사는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K팝이 세계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면서, 노래·춤·외모뿐만 아니라 인성도 중요 평가 요소”라면서 “어릴 때부터 철저한 관리에 들어가지만, 아이돌이 먼저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터넷에 게시된 글을 가지고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의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연예인과 팬들은 물론 업계를 병들게 할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언론이든 대중이든 확실한 가해 증거가 없는 한 우선 중립적인 태도를 가지고, 해당 사안을 바라봐줬으면 한다. 가해자라면 당연히 엄벌을 받아야 하지만, 루머로 의혹을 제기받는 연예인도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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