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구직자 절반 이상, 사실상 '구직 단념' 상태" 한경연 '2021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 '적극 구직' 9.6%뿐…"지원해봤자 서류서 '광탈'" 채용기회 줄자 구직 포기하고 취업 준비에 집중

2021년 10월 12일(화) 16:58

전국 4년제 대학 졸업생이나 예비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사실상 '구직 단념' 상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바늘구멍' 취업 문 앞에 대졸 신규 구직자조차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2021년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3~4학년 재학생과 졸업생 271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3%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의례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거의 안 함'이 33.7%로 가장 높다. 이어 '의례적으로 하고 있음'(23.2%), '쉬고 있음'(8.4%) 등 순이다.
반면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의 응답률은 9.6%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의 서류전형 합격률은 25.8%에 불과해 취업 문턱의 높이를 실감케 했다. 입사 지원을 평균 6.2회 했지만 합격 횟수는 평균 1.6회에 그쳤다는 얘기다.
대졸 청년층이 구직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는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가 64.9%로 가장 많은 응답이 나왔다.
이어 '전공 또는 관심 분야의 일자리가 부족해서'(10.7%),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7.6%), '적합한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가 부족해서'(4.8%) 등의 순이다. 응답률 9.6%가 나온 '기타' 의견으로는 '진로 미확정'이 대부분이었다.
대졸 청년 구직자들이 체감하는 채용 시장의 환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응답자의 58.6%가 올해가 작년보다 신규채용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42.7%가 올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취업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취업 준비과정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채용 기회 감소로 인한 입사 경쟁 심화'(29.3%)와 '체험형 인턴 등 실무경험 기회 확보 어려움'(23.9%) 등을 가장 많이 뽑았다.
하지만 '불안함, 우울함, 자존감 하락 등 심리적 위축 가중'(18.2%), '단기 일자리 감소 등 취업 준비의 경제적 부담 증가'(16.2%) 등의 응답률이 높아 구직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선호기업과 본인의 취업 전망 사이의 간극도 크게 벌어졌다.
코로나19발 고용 한파 속에서 대졸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은 공기업(18.3%)이 꼽혀, 대기업(17.9%)을 제쳤다. 또 정부·공무원(17.3%)도 상대적으로 높아, 중견기업(17.1%)에 앞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조사에서 대기업(23.0%), 공기업(19.8%), 중견기업(12.7%), 정부(10.9%) 등 순으로 조사됐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다만 본인이 실제로 취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중소기업(30.1%), 중견기업(20.9%), 정부·공무원(15.2%), 공기업(10.7%), 대기업(7.2%), 외국계 기업(4.4%) 등의 순이다. 중소기업의 취업 예상 비중이 2020년 25.0%에서 올해 30.1%로 5.1%포인트 늘었고, 공기업은 같은 기간 16.0%에서 10.7%로 5.3%p 감소했다.
한경연은 이와 관련해 "청년들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 속에서 자신의 취업 가능성을 낮게 진단하고 구직 자신감을 잃고 있다"면서 "이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고 미래의 성장 동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경연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실물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취업시장 한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좁아지는 취업 문 속에서 대다수의 청년이 자신감을 잃거나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라며 "기업규제 완화, 노동유연성 제고 등으로 기업들의 고용 여력을 확충하는 것이 근본적이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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