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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대의 그늘…사육농장 식용개의 비참한 삶

개 50여 마리, 비좁은 철장 갇혀 음식물쓰레기…악취 진동
도살 위기 대형견들 외부인 다가가니 꼬리 치며 반겨
광주 북구 농장, 2017년 8월 동물보호법 위반 적발, 벌금형
축산물법상 가축 아닌 개는 도살·판매 규제 '사각지대'
"보양식 수요 줄지 않고 현행법 유지되면 사육농장 안 사라져"

2021년 10월 17일(일) 18:36
"개고기 수요가 줄지 않고 법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도축은 계속되는 거죠."
지난 15일 오전 광주 북구 도심 속 한 개 사육농장. 숲이 우거진 골목을 100m가량 걸어 들어가자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농장 약 132㎡ (40평) 크기의 마당엔 철장 30여개가 3줄로 정렬해 있었다.
바닥으로부터 50㎝ 가량 띄워져 있는 철장은 녹이 슬었고, 털과 배변 등이 뒤엉킨 가운데 개 50여 마리가 갇혀져 있었다.
철장 바닥엔 오물이 청소되지 않은 채 오랜기간 방치돼 이끼가 꼈다. 밥그릇엔 곰팡이 핀 음식물쓰레기가 담겨 있었고, 주변엔 파리와 벌레가 꼬였다.
마당 한 켠 1000ℓ 용량 배식통엔 가축에 먹일 음식물 쓰레기가 마구 뒤섞여 있었고, 근처에 다가서자마자 코를 움켜쥘 만큼 악취가 났다.
갇힌 개들은 겁을 먹은 채 눈치를 보거나 피부병으로 인해 털이 한 웅큼씩 빠진 채 철장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한 백구는 1평 남짓한 좁은 철장 속에서 낳은 지 2~3개월 된 새끼들을 돌보고 있었다.
도살 위기에 놓인 또다른 대형견들도 사람이 다가가니 꼬리를 치며 반겼다.
비좁은 철장 안에는 개 뿐만 아니라 돼지 5마리·염소 10여 마리 등 다른 가축들도 갇혀 있었다.
갇힌 개들은 개 장수로부터 ㎏당 4000~5000원씩 값이 매겨져 농장으로 팔려왔다.
마당 나무 곳곳엔 도축 흔적으로 보여지는 개털이 붙어 있었다. 전기 충격을 주거나 나무에 매다는 방식으로 도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 농장 주인 A씨는 "대형견은 개 장수로부터 15~20만 원에 구매한다. 올해 여름 성수기 기준, 하루 평균 개 10마리 정도가 도살됐다. 도살된 개는 마진 10~15만 원 가량을 남기고 보신탕 음식점에 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엔 보신탕 음식점 몇 곳이 문을 닫아 개 도축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개농장 철거 문제에 대해선 "개 농장 운영으로 30여년 간 생계를 이어왔기 때문에 철거가 어렵다. 철거시 보상이나 이주 대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답했다.
관할 자치단체인 북구는 지난 2017년 8월 해당 농장에서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개 도축을 일삼는다'는 내용을 확인,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이후 농장주는 벌금 300만 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개 농장에 갇혀 사육 중이던 개 35마리는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해당 농장에선 여전히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개 도축·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북구 관계자는 "동물 학대 행위가 확인되면 경찰 고발만 할 수 있다. 사육 환경 위생, 도축법 적정 여부 등은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정하는데, 도축 시 신고 가축 범위에 개는 빠져 있어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첫 적발 이후 매년 2차례 이상 해당 농장을 점검하고 있지만,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고 했다.
광주동물보호협회 위드 임용관 대표는 17일 "발이 폭폭 빠지는 좁은 뜬장에서 자란 개는 상한 음식을 먹고 치료도 못받은 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도축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가축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식용·도살 등 관련 규제를 비켜간다. 보양식으로서 개고기를 찾는 수요가 줄지 않고 현행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개 사육농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서선옥 기자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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