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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황금종려상, 100년 한국영화사 최대영예
2019년 05월 26일(일) 16:16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동시에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래 칸 영화제 무관에 그친 한국 영화계에 9년 만의 상을 안겼다.
2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기생충'은 맨 마지막에 불리며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영화로서는 최초이자 봉 감독의 칸 입성 5번째, 경쟁부문 진출 2번째 만의 쾌거다. 앞서 봉 감독은 '괴물'(2006, 감독주간) '도쿄!'(2008,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 경쟁)로 칸의 주목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6)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봉준호의 '기생충'을 호명했다. 봉 감독은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76)로부터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뒤 "메르시"라고 프랑스어로 인사했다. 
이후 봉 감독은 "불어 소감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고 있다. 수상 멘트를 준비하지 못했다. '기생충'이란 영화는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을 만들고 싶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영어로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스태프들과 가족, 영화 관계자들에게 영광을 돌린 다음 주연배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봉 감독에게 마이크를 돌려줬다. 봉 감독은 "나는 그냥 열두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으로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마쳤다.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여부는 불투명했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총 21편인데, 이 중 아시아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2편에 불과하다. 프랑스·스페인·벨기에 등 유럽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가 11편에 이르고, 아시아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기생충'과 중국의 디아오 이난(50) 감독의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 뿐이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거장들이 경쟁 부문에 초청돼 각축을 벌였다. 과거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들의 작품이 5편으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했다. '소리 위 미스트 유'의 켄 로치(83), '영 아메드'의 장 피에르 다르덴(67)·뤽 다르덴(65) 형제, '어 히든 라이프'의 테런스 맬릭(76), '메크툽, 마이 러브: 인테르메조'의 압둘라티프 케시시(5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56) 감독 등이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들이다.
'기생충'의 초반 약세는 프리미어 시사회 후 역전됐다. 131분간의 상영이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객석은 뜨거운 함성과 함께 약 8분간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르몽드 등 세계 150여 언론 매체에서 봉 감독에게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국내외 언론과 평단은 물론 영화계 관계자들 모두 호평을 쏟아냈다. 평론가들의 평점을 집계하는 스크린데일리에서는 3.5점의 점수로 시상식 전 1등으로 마감했다. 또한 미국의 평점 집계 사이트인 아이온시네마도 '기생충'에 가장 높은 점수인 4.1을 매겼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6)다. 심사위원 8인은 4대륙 출신 8명으로, 남녀 동수로 구성됐다. 심사위원은 배우 엘 패닝(21), 배우 겸 감독 마우모나 느다예, 켈리 레이차트(55) 감독, 앨리스 로르와처(38) 감독, 엔키 비라르 감독, 로뱅 캉피요(57) 감독, 지오르고스 란디모스(46) 감독,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62) 감독 등이다. 
'기생충'은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송강호(50)·이선균(44)·조여정(38)·최우식(29)·박소담(28) 등이 출연했다.
한편 이례적으로 발표된 특별황금종려상은 쿠엔틴 타란티노(56)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차지했다. 심사위원대상은 마티 디옵(37) 감독의 '아틀란티크'가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라지 리 감독의 '레 미제라블' , 클레버 멘돈사 필로(51)·줄리아노 도르넬리스 감독의 '바쿠라우'가 수상했다. 장 피에르 다르덴(67)·뤽 다르덴(65) 형제 감독은 '영 아메드'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최우수배우상은 남자 '페인 &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59), 여자 '리틀 조'의 에밀리 비샴(35)이 차지했다. 각본상은 셀린 샴마(41)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심사위원특별언급상은 엘리아 슐레이만(59) 감독의 '잇 머스트 비 헤븐'이 탔다. 황금촬영상은 세자르 디아즈 감독의 '아월 마더스'에게 돌아갔다.
봉 감독은 경북 대구 출신으로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데뷔작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누적관객수 447명에 그쳤다. 봉 감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부터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5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2006년에는 '괴물'로 1000만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후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까지 총 7편의 장편영화를 제작했다.  
올해로 100년을 맞이한 한국 영화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새로운 출발의 신호탄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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