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났다 [올해 광주·전남 10대 뉴스]

2020년 12월 20일(일) 17:38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어느덧 세밑에 다다랐다. 올 한해는 코로나19로 시작, 코로나19로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삶 전체를 강타한 시기였다. 광주·전남 확진자만 1300명을 훌쩍 넘어섰고,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시·도민만 41만 명에 달했다. 중증환자 8명은 끝내 사망했다.
전두환씨가 5·18민주화운동 40주기에 '광주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사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은 큰 성과로 꼽힌다. 반면 최악의 물난리, 광주·전남의 등 돌린 상생,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경제 위기 등은 암울한 기억으로 남는다. 첫 발을 내디딘 민선체육회는 곳곳에서 부조리와 비리의 민낯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총선에서 24년 만에 전 지역구를 석권하며 '고토(古土) 회복'에 성공했고, 5·18 3법 등 지역 현안 관련 특별법들도 속속 국회 문턱을 넘어서거나 심의 대상에 올랐다. 광주의 남쪽 관문인 백운고가가 32년 만에 철거됐고, 도시철도 2호선은 본궤도에 올라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뉴시스는 올해 광주·전남지역 10대 뉴스를 선정, 상·하로 싣는다.

◇코로나19 대유행, 안전지대가 없다

2월3일 첫 확진자 발생 후 광주·전남 역시 코로나19 확산세가 그칠 줄 몰랐다. 누적확진자는 광주가 어느새 900명을 바라보고 있고, 전남도 500명에 이른다. 해외 입국·신천지교회 등을 매개로 번진 1차 유행에 이어, 2·3·4차 유행은 일상 생활 깊숙이 파고 들며 동시다발적 지역 감염 양상을 띄었다.
방문 판매, 교회·사찰, 유흥주점, 요양병원, 술집, 음식점, 학교, 체육동호회, 피트니스클럽 등지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지역거점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마저 의료진 집단감염이 발생, 의료체계 혼선과 공백으로 이어졌다.
단체생활이 불가피한 교도소·상무대에서도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전파 경로 조차 알 수 없는 '조용한 감염'이 계속되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현장에선 등교 중단과 재개, 원격수업 전환이 반복되며 혼란이 가중됐다. 수능 시험도 칸막이 설치, 격리시험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전두환 23년 만에 유죄, 5·18 헬기사격 재입증

전두환씨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인 올해 광주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래 23년 만이다. 전씨는 5·18 헬기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기록·증언 등으로 미뤄 1980년 5월 계엄군이 헬기에서 광주 시민을 향해 총을 쐈다고 판단했다. 전씨가 이를 알고도 회고록에 허위사실을 적시, 조 신부를 비난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진실을 왜곡한 회고록은 결국 '역사의 부메랑'이 됐다.
이번 판결은 '진실을 감추려는 어떠한 공작도, 역사 앞에선 반드시 밝혀진다'는 점을 일깨웠다. 특히, 그동안 국가 차원의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난 5·18 헬기사격을 다시금 증명했다. '신군부 세력이 권력 찬탈을 위해 시민들을 적으로 간주, 무차별 사격을 했다'는 사실도 재입증했다. 발포명령자 등 5·18 핵심 과제를 규명하고, 역사 왜곡 근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평가다.
전씨는 광주 재판 과정에서 후안무치한 행보를 이어갔다. 원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고, 재판 과정에서는 조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더 늦기 전에 참회하고 진실을 털어 놓으라'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 뿌리" 광주·전남 통합 '가시밭길'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9월10일 이용섭 광주시장이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정책토론회에서 깜짝 제안하며 삽시간에 광주·전남 정치권과 관가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시·도 행정기관 통합은 교육청과 일선 자치단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휘발성을 내포하고 있어 2개월 가량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신경전 끝에 본격적인 논의는 사실상 민선8기에 하기로 11월2일 합의하며 소모적인 논쟁은 일단 일단락됐다. 행정통합이나 초광역경제권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 추진과 공론화 절차를 진행키로 로드맵을 이끌어 낸 것은 성과라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광주시의 민간공항 이전 유보 방침에 반발한 전남도의회가 행정통합 연구용역비 2억 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예상치 못한 차질이 발생했다. 시·도 상생을 위한 행정통합은 첫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한 채 가시밭길이 우려된다.

◇'600㎜ 물폭탄' 광주·전남 최악 물난리

8월7일부터 사흘 간 최대 600㎜가 넘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진 광주·전남에선 사상 최대 규모의 수해가 발생했다. 수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전남 9명·광주 1명), 실종 2명(광주·전남 각 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재민도 3819명이나 발생했다.
공공·사유시설 피해 규모는 광주 1560억 원, 전남 43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섬진강댐 무단 방류로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된 구례지역은 피해 추산액만 1300억 원을 넘겼다.
정부는 전남 구례·곡성·담양·화순·나주·함평·영광·장성 등 8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어 광주도 북구·광산구 전역, 남구(효덕동·대촌동), 동구(학운동·지원2동), 서구(유덕동·서창동)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돼 시설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았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계 '신음'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은 산업구조가 열악한 광주·전남 지역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자영업자들은 존폐 기로에 내몰려 긴급 재난지원금 신청이 줄을 이었고, 광주 도심 상권 공실률은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연 코로나19는 여행·운수·숙박 등 관광업종에 가장 큰 생채기를 남겼다. 관광객 급감에 숙박시설과 상점가 등은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에서 벼랑 끝에 내몰려 직원을 내보내고 업주 홀로 버티다 폐업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광주·전남 산업단지 2분기 생산과 수출의 경우 최근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고, 광주권 산단고용은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산단 분양률은 96% 이상까지 내달리며 순항하고 있지만 입주업체 가동률은 반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암흑의 긴 터널 속에서도 희망의 빛은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보급으로 셧다운이 완화되고, 경제의 대동맥이 되살아 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5·18 3법 드디어 통과, 숙제 풀고 통합의 길로

5·18 3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명 5·18 진상규명법, 5·18 허위사실유포처벌법,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미완의 숙제를 풀고 통합의 길을 열기 위한 첫 발을 뗐다는 평가다.
특히 40년 만에 5·18역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가 마련됐다. 5·18을 왜곡하는 행위를 뿌리뽑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장치를 갖춘 셈이다. 법 통과 이전에는 '5·18과 관련한 명백한 허위사실(북한군 개입설 등)'을 유포하더라도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가 특정될 경우에만 유포자 처벌이 가능했다.
이번 법 제정으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정보통신망·출판물 등으로 사실 관계가 확인된 5·18역사를 왜곡한 사람에게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됐다.
5·18진상규명법 개정에 따라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을 1년씩 2차례에 걸쳐 연장하고, 위원회 정원도 50명에서 70명으로 확충한다. 조사 항목도 7개에서 12개로 늘렸다. 진상조사위는 전두환 1심 유죄판결을 기점으로 80년 5·18 기간 계엄군의 발포·사격행위에 대한 모든 사안을 입체적으로 조사중이다. 5·18 가해기록의 부재가 왜곡과폄훼의 빌미가 된 만큼 진상조사위의 역할과 왜곡을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자정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5·18 단체 3곳도 공법화한다.

◇"말로만 천년공동체" 거꾸로 가는 상생

'천년공동체', '한 뿌리'를 외쳐대온 광주·전남이지만, 올 한 해는 갈등과 반목, 그리고 머리나 가슴이 아닌 등을 맞댄 한 해로 기록된다. 2년 전,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한껏 기대를 모았던 시·도 상생과 공동 발전은 양보없는 줄아리기와 현안마다 터져나온 '으르렁 행정'으로 크고 작은 파열음만 낳았다.
군(軍)·민간 공항 이전은 대표적인 예로, 민간공항의 조건없는 이전 약속을 시민여론을 이유로 사실상 번복한 광주시와 군공항 이전에 적극 협력하겠다던 언약과 달리 소극 행정으로 일관한 전남도, 여기에 국방부의 '뒷짐'과 정부 무기력으로 공항 이전은 기약없이 표류했고, 지역민들의 피로감은 커져만 갔다.
20년 만에 꺼내든 광주·전남 통합 문제도 소모적 논쟁만 이어오다 공동연구용역을 출구로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2차 공공기관 이전,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 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 도·농 간 버스 노선 문제 등도 덧셈이나 곱셈이 아닌 '뺄셈의 행정'으로 지역민들의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첫 발 내디딘 민선체육회 부끄러운 민낯

올해 1월 체육계는 자치단체장이 겸직을 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스스로 체육회장을 선출했다. 체육계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생활체육과의 접목을 통해 발전 전략을 세우고 야심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태동부터 잘못 만들어진 규정 등으로 인해 출마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결국 흉기 폭행과 폭언 등 기존의 잘못된 관행들이 여과없이 있는 그대로 답습됐다.
전남 강진체육회장은 10개월 만에 인신구속됐고, 보성체육회장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역 곳곳의 체육회장들도 비리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재선거가 치러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4·15 총선 민주당 '고토 회복', 24년 만에 전 지역구 석권

4·15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이 텃밭 광주·전남에서 18개 지역구 의석 모두를 싹쓸이하면서 4년 만에 '고토 회복'에 성공했다. 4년 전, '녹색 태풍'의 주역이었던 민생당 의원들은 6선 중진을 포함해 모두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16(국민의당)-1(민주당)-1(자유한국당)'이던 지방의회 세력 분포가 '18(민주당)-0'으로 확실한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소선거구가 도입된 13대 총선(1988) 이후 14대 민주당과 15대 새정치국민회의 이후 24년 만에 세번째다.
세대 교체도 확실하게 이뤄졌다. 18개 선거구 중 3선 1명, 재선 4명을 제외하고 모든 선거구가 초선이나 정치신예들로 채워졌다. 민주당 일당독주 체제에 대한 우려감도 나왔지만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이 없이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일당 독점 체제가 자칫 지역민의 여론을 왜곡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데다 부패할 개연성도 있어 유권자들의 감시의 눈이 필요한 때다.

◇백운고가 32년 만에 철거...도시철도 2호선 본격화

1989년 11월, 길이 385.8m, 폭 15.5m, 왕복4차로 규모로 개통된 이후 광주의 남쪽 관문역할을 해온 백운고가가 32년 만에 철거됐다. 도심 경관 훼손과 주변 상권 침해 문제로 오랜 기간 제기돼온 고가 철거가 한 세기만에 해결된 셈이다.
광주시는 도로 이중 굴착과 시민 교통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철도 2호선 사업과 병행해 백운고가 철거 작업을 지난 6월부터 5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1900여 명의 인부와 800여 대의 각종 중장비가 동원됐다. 폐기된 물량만 25t 트럭 460대 분량인 1만1300여t에 달했다.
고가 철거와 함께 진행된 도시철도2호선 공사도 지난해말 착공식 이후 차질없이 진행되면서 코로나19와 50여 일간 이어진 긴 장마 등 악조건에도 불구, 올해 계획 공정률(16%)을 조기 달성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신봉우 기자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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