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 2022.10.04(화) 17:08
호남신문 방문자
오늘 현재52,754,262명
[칼럼] 입(口)을 열기 전에 귀(耳)를 열어라
2022년 09월 21일(수) 15:52
늙을수록 귀는 열고 입은 닫으란 함구개이(緘口開耳)란 말이 있다. 늙을수록 청각 장애를 일으켜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쓰게 되는데 말은 지장 없이 할 수 있어 상대는 생각지 않고 자기 말만 앞세워 하려는 것이 늙은이의 특징이다.  
무성(無聲)은 깊은 물이 소리 없이 흐르듯이 맑고 깊은 청이(淸耳)와 영이(靈耳)를 가진 사람만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흐리고 옅은 속이(俗耳)와 탁이(濁耳)를 가진 사람은 깊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무성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요 도(道)통한 성인(聖人)이다. 
성(聖)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 음악의 최고의 경지는 악성(樂聖)이요. 시의 최고의 경지는 시성(詩聖)이며, 글씨의 최고의 경지는 서성(書聖)이요, 바둑의 최고의 경지는 기성(棋聖)이다. 
성(聖)자를 보면 참으로 뜻이 깊다. '귀 이(耳)' 자와 '입구(口)' 자와 '임금 왕(王)' 자의 세 요소가 합(合)한 글자다. 성인은 먼저, 남의 이야기와 역사의 소리와 진리의 소리를 조용히 듣는다. 다 듣고 난 후에 입을 열어 말씀한다. 듣고 말씀하는데 가장 뛰어난 존재가 성인이다. 그래서 성(聖)자는 귀(耳)와 입(口)과 왕(王)의 세 글자의 요소로 구성된다. 듣는 것이 먼저이고, 말씀을 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귀 이(耳)' 자를 먼저 쓰고 '입구(口)' 자를 나중에 쓰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성(聖)자는 의미심장하다. 남의 이야기를 바로 듣고 깊이 이해하려면, 많은 지혜와 체험과 사색이 필요하다. 지혜와 체험과 사색이 부족한 사람은, 피상적으로 듣고 또 느낄 뿐이다. 귀가 있다고 들리는 것은 아니다.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져야만 들린다.
문맹(文盲)이 글을 못 보고 색맹(色盲)이 빛깔을 분간하지 못하듯이, 머리가 모자라면 깊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공자는 나이 60이 되어서 비로소 이순(耳順)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순은, 남의 이야기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경지요,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깊이 이해하는 경지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관용하는 경지다. 그것은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心)이요, 일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대도량(大度量)이다.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당신의 귀를 열어라. 할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말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말을 먼저 들어라. 전화 수화기를 들면 먼저 상대를 확인하고 상대편의 말을 먼저 듣고 내가 할 말은 줄여서 간단히 하라. 말을 할 때는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높이의 톤으로 하고 말은 정보를 전하는 것이므로 내가 한 말을 상대가 못 알아들으면 친절히 반복해서 해주어라. 대인 관계에서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성공하려면 겸손하게 상대의 말을 경청(傾聽)하라.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의 좌우명은 경청이었다. 높은 위치에 있었지만, 항상 겸손하고 귀를 기울여 작은 소리도 들어주는 아량을 베풀었다. 불만은 작은 소리에도 있고 큰 소리에도 있으므로 경청하여 욕구불만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간파하여 지도자는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민선 단체장은 당선만 되면 비서실이나 대변인실에 시민 자연인들의 접근을 엄격히 규제하며 벽을 쌓고 있다. 선거 때 겸손과 경청은 사라지고 권위주의적 권좌를 누리고 있는 느낌이 들게 한다. 오늘날은 정보화 시대인데 단체장이 자기의 주변에 인맥의 담을 쌓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정보에 늦어진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내다보인다. 필자는 제8기 단체장 취임 후 단체장에게 전할 정보가 있어 비서실이나 대변인실을 통해 만나려 해도 여가지 핑계를 대서 접근을 못 하게 하고 있으며 단체장의 면담은 생각도 못 한다. 이것이 민선 8기 단체장들의 변화된 모습의 소통 행정이다. 
단체장 주변의 비서실이나 대변인실은 단체장을 만나려 하는 시민 자연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만나서 전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소통 행정이다.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던 민선 8기의 단체장들이 소통을 외면한 폐쇄 행정을 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경청하려 해도 겹겹이 싸인 인맥의 울안에서 경청의 소통 행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기연 전 영암 신북초 교장 /
정기연 전 영암 신북초 교장의 다른 기사 보기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