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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게 죽을 권리 달라"…인권위 가는 '웰다잉 논란'

윤영호 서울대병원 교수·민간 변호사 2명
6일 오전 인권위에 정책제안서 제출 예정
말기환자 질병따른 호스피스 선택권 제한
의사조력사망 입법 미비는 헌법위반 의견
"호스피스·말기환자 자기결정권 확대해야"

2022년 10월 04일(화) 16:47
회생 가능성이 낮고 치료해도 회복이 어려운 환자가 스스로 결정하거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멈추는 '연명의료결정법(연명의료법)'을 개정해 일부 질환으로 제한된 말기 환자의 호스피스 선택권을 확대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의사조력사망)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정책제안서가 인권위에 전달된다. (사진=류가헌 제공)
존엄하게 죽을 권리(웰다잉)를 둘러싼 논란이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 간다. 회생 가능성이 낮고 치료해도 회복이 어려운 환자가 스스로 결정하거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멈추는 '연명의료결정법(연명의료법)'을 개정해 일부 질환으로 제한된 말기 환자의 호스피스 선택권을 확대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의사조력사망)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정책제안서가 인권위에 전달된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민간 변호사 2명(최창석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김효붕 중부로 대표변호사)은 오는 6일 오전 "인권위에 존엄한 죽음에 역행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 정책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윤 교수와 민간 변호사 2명은 인권위 주관으로 헌법재판소에 말기 환자의 호스피스 선택권 제한하고, 의사조력사망을 법제화하지 않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윤 교수는 "질병 부담과 사회적 돌봄 부재로 고독사, 간병 살인, 동반 자살 등 비참한 죽음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에 따른 정책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말기 환자의 질병 종류에 따른 호스피스 선택권 제한으로 헌법에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연명의료법을 개정하고, 의사조력자살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확대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해 헌법 제10조에 담긴 국민의 행복추구권 및 삶의 자기 결정권을 실현하고, 광의의 웰다잉 정책을 병행해 말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2018년 연명의료법 시행 후 연명의료 중단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8~25%에 그쳤다. 가족에 의한 연명의료 결정 비율이 60% 정도여서 법 제정 취지와 달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호스피스 이용률이 암 사망자의 23%, 전체 사망자의 6%로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운데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질병이 말기 암,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 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호흡부전 등 5개 질환으로 제한돼 있다. 
이번 정책제안서에는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를 위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의사조력사망 입법화 정책 개발과 법률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윤 교수는 "회복 가능성이 없고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의 경우 자발적인 의사결정과 적법한 절차를 통해 담당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 입법화는 헌법에 담긴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자 휴머니즘의 구현"이라면서 "심의과정에 발견된 문제들을 사회공동체가 해결하기 위한 체계와 조직, 예산이 마련됨으로써 말기 환자가 남은 삶을 잘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광의의 웰다잉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력존엄사'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찬성 측과 "생명경시 풍조 확산이 우려된다"는 반대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앞서 독일,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이탈리아 등에서는 의사조력자살 금지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내년까지 의사조력자살 합법화(죽음을 선택할 권리)와 관련해 공개토론을 추진할 예정이다.
윤 교수는 "연명의료법 개정과 의사조력자살 법제화를 통해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연명치료를 최소화하고, 말기 환자의 남은 삶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돌봄 공동체 문화 형성으로 고독사, 간병 살인, 동반 자살 등 비참한 죽음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한국리서치가 이달 7월1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하는 응답이 82%, 반대가 18%로 집계됐다. 찬성하는 이유는 '자기 결정권 보장(25%)'과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등이었다.
다만 의료 현장 등에서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입법화 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경제적 지위, 사회적 관계 면에서 취약한 계층의 경우 자의가 아니라 떠밀리듯 죽음을 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돌봄 시스템이 부족한 현실에서 조력존엄사가 본래 취지와 달리 일부 사람들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고 있다. 관련 설문조사에서 입법화 찬성 이유에 대한 응답률은 '가족 고통과 부담'이 20%,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6%를 차지했다.
아울러 의료계와 종교계 등에서는 생명 경시 풍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정 배경이 어떻든 스스로 숨을 거둔다는 점에서 극단적 선택과 다름없고, 이에 따라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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