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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도우미 윤곽 나왔지만…급여·신뢰 등 난제 수두룩

고용부, 지난달 31일 계획안 발표…연내 도입 목표
최저임금 적용해 월 급여 200만원…"비용 부담 커"
신뢰 문제도 관건…내국인 고용 축소 우려도 제기

2023년 08월 06일(일) 12:39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연내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100여명을 도입하는 밑그림을 내놨지만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최저임금 적용으로 월 200만원가량의 급여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신뢰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급여 수준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재한 상황에서 연내 도입은 무리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밝힌 계획안을 토대로 정책 추진을 준비 중이다. 아직은 밑그림 수준이지만 고용허가제 인력으로 100여명이 연내 입국해 서울시에 시범 배치될 예정이라는 큰 틀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쟁점① 최저임금 적용…"월 200만원 감당 못해"

우선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하루 8시간 주5일, 주40시간씩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해 한달에 약 201만580원을 받게 된다. 내년도 최저시급 9860원을 적용하면 약 206만740원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가장 먼저 제기됐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이다. 맞벌이 가정이라고 해도 육아를 하면서 가사도우미 비용으로 200만원가량을 지출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6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A씨는 "한국인 가사도우미가 300만원 정도인데, 가격 측면에서 외국인 200만원은 매력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봤을 때 이대로 제도가 도입된다면 그냥 한국인 가사도우미를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화도 다르고 말도 서툰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면서 200만원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범 사업 참여가 유력한 필리핀은 1인당 GDP가 3500달러로, 우리의 10분의 1 정도"라고 최저임금 적용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쟁점② 문화차이와 신뢰 문제…"내 아이를 외국인에게?"

사업의 실수요자인 2~30대 부모들 사이에서는 '신뢰'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고용부도 이를 의식한 듯, 신뢰성 있는 인력확보를 위해 가사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송출국으로 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간 훈련 후 수료증을 발급하는 필리핀이 대표적이다. 또 한국어시험과 영어면접을 통과하고 정신질환, 마약류 범죄 이력 등을 꼼꼼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공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쓴소리가 쏟아졌다.
고용부 내 정책 멘토단인 '워킹맘&대디 현장 멘토단'의 강초미 멘토는 "현장에서 5~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 건 육아 경험이 있어서 선호하는 것인데, 과연 외국인들이 이론만 가지고 왔을 때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가사노동만 도입한다면 사용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육아를 결합한다고 하면 저는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김고은 멘토 역시 "아이와 관련된 것은 돈이 비싸다고 안 쓰고 저렴하다고 쓰는 영역이 아니다. 믿음이 가장 중요한데, 문화라는 게 한두 번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걱정된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두 아이의 육아기를 보낸 40대 A씨는 "주부들 사이에 '애벌청소'라는 말이 있다. 집안일이 벅차서 시간제로 가사도우미를 부르고서도 나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보여줄 수 없어 가사도우미가 오기 전 청소를 하는 것"이라며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을 집으로 들여 가사노동과 육아까지 맡길 사람은 솔직히 많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쟁점③ 내국인 고용 축소 우려…"실력 있는 도우미 구하기가 힘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도 추진을 서두르는 이유는 내국인 인력 부족 때문이다. 고용부가 계획안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자수는 2019년 15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줄었다. 연령대도 92.3%가 50대 이상으로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매칭 애플리케이션 '대리주부'를 운영하고 있는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지난달 공청회에서 "맞벌이가 늘어나고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종사자도 줄고 평균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며 "4주 전쯤 약 이틀 간 수요 조사를 해본 결과 150명 이상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외국인력 도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도 "외국국적 동포가 80만 명 정도이고 이 중 절반인 여성 동포들이 고령화되고 있다. 그동안은 내국인들과 경쟁해왔지만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인력이 더 도입이 안 된다고 하면 이 시장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공급할까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도입하자, 하지말자 하는 논의보다는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국인력 유치 노력에 앞서 외국인력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자칫 가사·육아인력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중고령 여성 근로자들의 임금을 낮추고 고용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가사육아인력 종사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정책 도입을 논의하게 됐다고 했는데 정부는 그동안 부족한 인력이 얼마나 되고 왜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지, 국내 중고령 정주 노동자들을 시장으로 견인하는 데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1억5000만원을 마련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의 초기 정착 비용을 지원한다는 데 대해서도 "똑같이 교통비가 들고 이 비싼 서울에서 온갖 세금을 내고 있는 정주노동자들에게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고용부 멘토단 역시 "지원금을 준다고 하면 국내 여성근로자나 친인척에게 주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강초미 멘토는 "'3대가 덕을 쌓아야 육아도우미를 구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실력 있는 도우미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단순히 공급자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반박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중고령층 여성 고용률은 굉장히 높은 편이고 아직은 인력도 충분하다"며 "자녀 교육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높아 아이 교육 측면에서 고령인력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문제가 필리핀 출신의 가사도우미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발표된 계획안이 확정된 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은철 고용부 국제협력관은 "이번 시범사업 계획안은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사회적 수용성, 실제 수요, 운용상 문제점 및 해소방안 등을 면밀히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시행 전까지 현장 의견을 충분히 듣고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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