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 마을홍보관 부지 군의회 의장 땅 매입 '특혜의혹' 위치 적절성 의문…공시지가 3배 매입가격도 논란 지위 이용 자치단체 주요사업 관여 오해 살 소지 커

2019년 11월 24일(일) 18:13

장성군 장성읍 청운길에 위치한 차상현 장성군의회 의장 소유의 주택(사진 왼쪽)은 오랫동안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최근 장성군이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마을홍보관’을 짓겠다며 약 4억5천만원 주고 매입한 뒤 모두 철거하는 바람에 지금은 옛모습을 찾을 수 없고 표지말뚝(사진 오른쪽)만 보인다.

[편집자註]1991년 기초·광역의회 의원선거가 부활되면서 시작된 풀뿌리 민주주의가 28년째를 맞고 있으나 전남의 한 지자체에서는 본래 취지를 의심케 하는 일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의 일부 의원들이 지자체로부터 특혜성 의혹을 받을만한 거래를 하면서 단체장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마을의 일꾼으로서 지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지방의원 가운데 본연의 자세를 망각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지방자치를 주제로 한 장규성 감독의 영화 '이장과 군수'보다 더 코믹한 '의장과 군수'의 실태를 시리즈로 엮는다.  


① 청운동 마을홍보관 건립사업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청운공영주자창' 인근에는 아주 오랫동안 사람이 거주하지 않은 폐가옥이 있다.
목조 기와지붕 단층 주택 69㎡(약 21평)와 10㎡(약 3평)짜리 창고가 전부인 이 집은 장기간 방치되면서 마당에는 잡목이 우거지고 지붕 위까지 풀이 자랄 정도로 흉물스럽다. 골목길 안쪽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일부러 찾지 않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장성군의회 차상현 의장이 소유하고 있는 이 부동산의 전체 대지 면적은 인근 자투리 땅을 합쳐 총 605㎡(약 183평) 크기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5월 31일을 기준으로 고시한 개별공시지가는 1㎡당 26만3천700원이며, 평(3.3㎡)으로 환산하면 87만210원이다.
그런데 장성군이 최근 무려 4억5천만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이 집을 사들였다. 이른바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가칭 '청운동 마을홍보관'을 짓겠다는 이유에서다.
장성군은 차 의장과 협의해 부동산을 취득하고 지난 8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뒤, 흉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폐가는 별도의 예산을 들여 서둘러 철거했다.
장성군이 추진하고 있는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은 국비(70%)와 군비(30%) 총 58억6천800만원을 투입해 오는 2021년까지 장성읍 영천리 일대에 각각 홍보관(청운1동)과 생태주차장(청운2동), 다목적센터(청운3동)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17년부터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으며, 청운1동의 경우 부지난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주민들의 설득으로 차상현 의장 소유 부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게 장성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골목 안 후미진 곳에 홍보관이 들어서는 것도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부지 매입 금액도 실거래가를 반영했다지만 공시가의 3배에 가까운 돈을 지불했다는 점에서 지역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춘식 장성시민연대 상임대표는 “군에서 추진하는 특별 사업에 군의원 소유의 부지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만약 지방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치단체의 주요 사업에 관여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차상현 의장은 “선대부터 보유해온 집으로 매각할 의사가 없었으나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행부와 주민들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방의원은 조례의 제정 및 개정·폐지, 자치단체의 예산 심의 확정, 결산 승인과 같은 의결권과 함께 행정사무감사와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자치단체를 견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맡는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지방자치법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지방의원의 의무를 명문화했으며,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 및 영리 목적의 거래 금지’ 등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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