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벼랑 끝 내몰렸는데…여야, 긴급재난지원금 '핑퐁' 민주 “전국민 지급 공약 지켜야” 통합 “당정 엇박자 해소가 먼저” 2차 추경 국회 통과 난항…애타는 시민들 “대체 언제 주나요”

2020년 04월 22일(수) 17:07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이재갑 노동부 장관(왼쪽),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에 대해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김민수 기자 mski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돕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국회 심사과정에서 표류하고 있다. ‘긴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여야는 22일에도 국회에서 정부 추경안 심사를 미루고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 여부에 대한 공방을 반복했다.

민주당이 먼저 “통합당은 총선 당시 약속했던 ‘전국민 지급’ 공약을 뒤집고 입장을 바꾼 것이냐”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통합당은 “당정간 이견 해소부터 먼저 하라”고 비판하며 공을 여권으로 넘겼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 회동을 갖고 추경 심사 등에 대한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의사일정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채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총선 참패 이후 후폭풍에 휘말린 통합당 내부 사정까지 고려하면 이번 국회 회기 내 처리는 첩첩산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통합당을 향해 지원금 지급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히라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나아가 상황 변화에 따른 일부 전략 수정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속도전에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간판 공약을 선거가 끝났다고, 또 패배했다고 모르쇠하는 건 통합당에 대한 정치불신만 크게 증폭시킬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에 대한 당론이 무엇인지 최종적 입장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통합당의 공식 입장이 확인되면 현재 상황에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찾겠다”며 사실상 최후 통첩을 날렸다.

통합당의 100% 지급 공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곧장 국회 논의에 착수하고 정부도 본격적으로 설득하겠지만 70% 지급으로 입장이 바뀌었다면 조만간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이 통합당의 당론을 확인한 뒤, 일단 정부안대로 70% 지급을 수용하고, 나머지 30%는 추후 보완하는 방안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신속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우선인 만큼, 교착에 빠진 원내 협상 상황을 풀기 위해 지급대상이나 지급액을 조정하는 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통합당은 당정간 재난지원금에 대한 이견을 해소해오는 것이 먼저라며 현재의 교착 정국의 책임을 여당에 떠넘겼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예산편성권을 가진 정부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현재 상황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최대한 신속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통합당이 일관되게 견지해왔다”면서 “재원 조달 역시 미래 세대에 빚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인 적자 국채를 추가발행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국채 발행을 통한 전국민 지급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미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이 있는 상황에서는 설사 전국민 지급을 논의하게 되더라도 정부와 여당이 먼저 합의된 예산안을 만들어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 지급’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스스로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정치적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심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선거 때 ‘1인당 50만원 지급’을 공약했다가 말을 바꿨다는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통합당은 예산 증액없이 100조원을 마련하자는 것이었고, 여당은 국채를 발행해서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주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경을 둘러싼 양당간 설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합당 지도부의 공백 상황으로 당내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는 것도 예산안 논의가 더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통합당 때문에 공식 원내대표 회동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의도 아무런 전전이 없다.

정치권과 정부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애가 타는 것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다. 광주 북구 두암동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홍모씨(57)는 “코로나19로 3개월째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필요할 때 줘야지, 도대체 언제 주려고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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