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유치 실패…지역산업 혁신계획 물거품 기초과학·첨단 산업 연구 위한 국책 시설 충북서 차지 광주·전남 등 호남권 지자체 신산업 전략 수정 불가피

2020년 05월 10일(일) 17:12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가 10일 오전 광주 라마다 호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입지 결정과 관련, 세부적인 평가기준과 배점 즉각 공개 및 정부·여당의 나주 구축 이행 등을 촉구하는 입지결정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남도 제공

기초과학 연구와 신약·반도체 등 첨단산업연구의 핵심으로 1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시설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전남도가 유치하는데 실패했다.

나주와 충북 청주를 두고 최종 심사를 벌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부지로 충북의 손을 들어줬다. 평가위는 지질·지반구조의 안정성과 교통 편의성, 가속기를 활용할 대학·연구기관·산업체의 집적도 등을 감안해 청주가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사광 가속기를 통해 지역 혁신 신산업 전략을 이끌겠다는 호남권 3개 시·도 지자체 전략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가속기, 정책, 지질 분야 등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방사광가속기 부지 적합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과기정통부가 지자체간 갈등 유발을 이유로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지질·지반구조의 안정성과 교통 편의성, 가속기를 활용할 대학·연구기관·산업체의 집적도 등을 주로 평가했고, 그 결과 평가 항목 전반에서 청주가 최적의 부지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치전에서 충북은 지리적으로 가속기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과 함께 수도권 대학들과 대전 대덕 연구단지 등 주변 연구·산업시설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해왔다.

반면 전남은 그동안 대형 국책시설 설치에서 호남이 소외됐던 점을 강조하며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나주에 설치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었지만 평가위원들을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고용 13만7천명, 생산 6조7천억원, 부가가치 2조4천억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방사광가속기는 충북으로 넘어갔다.

애초 광주·전남·전북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전남 유치를 통해 지역의 혁신 신산업을 도약시키고 국가 혁신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었다.

광주의 인공지능(AI)·자동차 산업, 전북의 농생명·탄소 산업, 전남의 에너지 신소재·의료 바이오산업 등 호남권 신산업을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통해 국가 혁신성장으로 이끈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과 전략은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실패하면서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내기 전까지 각각의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방사광가속기를 선정하면서 수도권 접근성과 현 자원 활용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부지 입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서면과 발표로 평가를 끝내고 현장 확인은 하자 유무만 확인하는 등 현장평가 결과가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광주시 관계자도 “지역 발전에 중요한 사업을 유치하지 못해 매우 안타깝고 서운하다”며 “제로 상태에서 다시 지역의 혁신 신산업 발전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전공대 건립 사업도 밑그림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남도는 방사광 가속기를 한전공대에 필요한 연구기반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전공대 부지 인근에 대규모 가속기 용지를 마련했었다.

그러나 한전공대 인근에 가속기 연구시설을 유치하고 관련 분야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구상은 원점에서 다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지역 대학·한전공대와 연계한 첨단 연구역량 강화, 소재·부품·장비 고도화로 연관기업 집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 역시 다시 손을 봐야 한다.

전남도는 방사광 가속기 유치 실패로 이를 대신할 새로운 과학기술 기반시설이나 대형 국책사업을 찾아야 하는 새로운 과제도 생겼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번 방사광가속기 유치 실패가 한전공대 설립에는 차질이 없겠지만 방사광가속기와 연계해 개발하려던 주변 부지 사업은 밑그림을 다시 짜야 할 것 같다”며 “방사광가속기와 연관시켰던 전남의 전체적인 신산업 성장동력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과기정통부가 1조원 가량을 투입해 충북 청주 오창에 구축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전자가 자기장을 지날 때 나오는 빛을 이용하는 장치로 초정밀 초대형 현미경의 일종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신소재 뿐만 아니라 바이오·생명과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약 등 소재부품 산업의 원천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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