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진자는 역학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2020년 07월 14일(화) 09:12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광주에서 눈여겨볼 만한 장면이 있다. 2차 유행 초기 확진된 A씨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금양오피스텔이나 대전 방문판매업체를 방문한 사실을 감췄다. A씨의 거짓 진술은 집단 감염의 매개가 된 금양 오피스텔 관련 조사를 지연시킨 요인이 됐다. 방역 당국은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최근 집단 감염이 시작된 배드민턴 클럽 확진자 B씨와 관련한 역학조사도 아쉬움을 남겼다. B씨는 클럽 대항 경기 참여 사실을 곧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B씨가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 1주일 지나 확진자가 나온 다른 클럽의 회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60여명이 모인 행사가 열렸고 B씨가 참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 사이 접촉자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했고 일부 접촉자와 그 가족에게까지 바이러스는 전파됐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 발생 직후 동선과 접촉자 조사에 착수하지만, 초기에는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CCTV, 신용카드 결제명세 분석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 확진자의 진술이 감염 차단의 골든 타임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고의로 숨기는 경우도 있지만 동선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거나 구체적인 공개를 꺼리는 확진자들이 상당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가볍게 여긴 동선 하나는 다수 이용자를 통한 집단 감염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시민 모두가 방역 주체라는 인식으로 역학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 이유다.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 특성 탓에 확진자들이 죄의식을 갖거나 움츠러들고 일부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부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역학조사에 더 성실하게 임해 가족, 주변 사람, 지역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 보건당국도 확진자들의 개인 정보 보호에 좀 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아울러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 등으로 조사에 혼선을 야기한 사람은 형사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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