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

2020년 07월 16일(목) 16:06

정부와 여당이 서울 주택공급 확충 방안의 하나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획기적 공급 확대 없이 수요 억제만으로는 집값 불안을 잠재우는 데 한계를 느끼고 공급확충 방안을 찾은 것이다. 사실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다른 대안과 비교할 때 서울의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물량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구 1천만 대도시의 허파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지극히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정부가 내놓은 7·10 부동산 대책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신규택지 발굴’이라는 표현만 있을 뿐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 도심 밀도 개발 규제개선과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공공 재개발·재건축 추진 등 공급확충 방안의 윤곽만 제시됐다. 하지만 이미 시행 중이거나 공급 효과가 미미해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코너에 몰린 정부의 절박감이 묻어난다. 당정이 혼선 끝에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공식화한 것도 이런 배경에 맥이 닿아 있을 것이다.

서울 주택시장에 공급 확대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검토 카드를 꺼냈지만, 그린벨트 해제가 실제 정책으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서울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판교신도시 사례에서 보듯 오히려 서울 집값만 올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린벨트는 시민의 휴식공간이고 오염에 찌든 대도시를 정화하는 거대한 허파다. 한 번 훼손하면 다시는 복원할 수 없다.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지으면 서울 집중도와 편의성만 높아져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그린벨트가 성역일 수는 없다. 그린벨트의 순기능을 압도하고도 남을 사회적 가치가 있다면 해제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린벨트가 성역은 아니라지만 훼손됐을 때 손실이 너무도 큰 만큼 그린벨트 해제는 다른 모든 대안을 치열하게 검토한 뒤에 불가피할 때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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