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 “‘씨야’ 활동 녹음곡 있어…권한 없어 아쉬워” 22일 종영 타임 크로싱 스릴러 ‘카이로스’ 열연 “’강현채’역 너무 빠져서 고생…응급실도 다녀와” “안보현과 격정적 키스신, 원래 대본에 없던 장면” “가수 출신 꼬리표 오래 따라다녀…매번 편견 부딪혀”

2020년 12월 27일(일) 16:21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하는 여성 소시오패스 캐릭터라 신선했다. 악역에 대한 묘한 갈망이 있었다. ‘타임 크로싱’이란 소재도 심장에 쿵 하고 박히는 것 같았다.”
최근 종영한 MBC TV 월화극 ‘카이로스’에 출연한 남규리는 최근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이 분한 ‘강현채’에 대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라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카이로스’는 어린 딸이 유괴당해 절망에 빠진 한 달 뒤의 남자 김서진(신성록 분)과 실종된 엄마를 찾아야 하는 한 달 전의 여자 한애리(이세영 분)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가로질러 고군분투하는 타임 크로싱 스릴러 드라마다.
남규리는 ‘카이로스’에서 신성록의 아내이자 안보현과 불륜 관계인, 선한 얼굴의 소시오패스 ‘강현채’로 열연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연기를 훌륭히 소화,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제목부터 기회의 신 ‘카이로스’라는 단어가, 제 배우 인생에 기회의 신이 있다면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며 “과거의 선택으로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크로 작은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끌림이 왔다”고 말했다.
“어려운 걸 해냈을 때 사람은 성장하는 거니까 열정을 갖고 도전하게 됐다. 이 작품은 또 하나의 인연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저한텐 정말 ‘기회의 신’이었던 드라마다.”
극중 아이를 잃는, 감정 소모가 큰 역할이었다. 그는 “아이를 잃은 슬픔은 경험해보지 못했고, 그 어떤 학습으로도 표현할 수 없겠다고 알고 있다”며 “결혼은 안했지만 아이를 참 좋아한다. 가족이 여섯 식구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남다르고 조카들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낳은 나의 소중한 아이를 잃었다면 저 또한 그런 상실감, 당연히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순 없지 않을까. ‘내가 현채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현채를 연기하기 위해 먼저 캐릭터를 스스로 합리화시키고 설득했다. 그는 “현재는 사랑 없이 자란 인물이다. 그래서 사랑도 모르고 나쁜 게 나쁜 줄도 모르는 불쌍한 여자”라며 “드러내놓고 악을 저지르며 자극하고 짓밟는 악역이 아닌, 너무나 정상적일 것 같은 여자가 저지르는 지극히 일상적인 연기였다. 그게 곧 강현채였고, 시청자들이 보기엔 정말 나쁜 악역으로 다가온 것 같다”고 해석했다.
현채에게 너무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기도 했다. 그는 “현채 역에 너무 빠져있어서 남규리로 돌아오는 게 힘들었다. 결국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져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며 “그래도 제겐 너무 소중하고 값진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역이었던 신성록과 안보현은 최고의 파트너라고 극찬했다.
그는 “신성록과 첫 촬영에서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져있는 감정에 몰입하고 있을 때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에 감명받았다”며 “20년차 선배가 후배를 배려해주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역시 베테랑’이라는 평가다. “서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상태라 맞추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쇼윈도 부부라는 관계에 있어 너무 친해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춰진 것 같다. 역시 베테랑답게 매 신 능숙하게 해내셔서 촬영이 편했다.”
안보현에 대해서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매력적인 사람”이라며 “분명한 관계 설정이 된 사람이라 자주 촬영하다보니 편하기도 하고,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열정적인 측면에서 잘 맞았던 것 같다”고 평했다.
특히 안보현과의 격정적인 키스신이 화제였다. 그는 “대본에는 원래 없는 장면이었다. 키스신이 없고 대사로 바로 건너뛰었었는데 감독이 둘의 관계에 좀 더 확실함을 주고 싶다고 했다”며 “생각보다 진하게 나와서 놀랐다. 안보현이 몸 만드느라 고생했다. 오랜 시간 굶고 운동만 했고 앵글 바꿀 때도 계속 푸시업을 했다. 노력하는 배우”라고 전했다.
이세영과는 같이 나오는 장면이 한 신뿐이어서 아쉬웠다. “너무 친해지고 싶은 배우였지만 역할상 한 신밖에 함께 하는 신이 없어서 또 감정적으로 관대해질 수 없는 관계였기 때문에 작품이 끝나고도 또 보고싶은 동생이자 저에겐 선배님이다.”
드라마처럼 한 달 전이나 한 달 후의 나와 통화할 수 있다면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할까. “한 달 후의 나에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냐고 묻고 싶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 힘든 상황인데 빨리 소중한 일상이 돌아오길 기도한다.”
2006년 그룹 ‘씨야’로 데뷔한 뒤 2008년 영화 ‘고死 : 피의 중간고사’로 연기에 입문, 어느덧 12년차 배우다.
그는 “가수 출신 꼬리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매번 편견과 부딪혀야 했다”며 “꼬리표를 단번에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은 안했다. 나만의 노력과 신념으로 하다보면 언젠가는 알아주시는 분들이 생기겠지,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달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씨야’ 재결합이나 가수 활동 계획은 없을까. “내게 있어 노래와 연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소울메이트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
‘씨야’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씨야 활동을 위해 녹음해 둔 곡이 있다”며 “팬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료 배포하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뮤지컬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보다 더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제가 설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특별한 자기관리법도 전했다. “촬영이 없는 날은 거의 11시반만 되면 잠이 들고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사과 반쪽과 차를 마시는 게 제 루틴이다. 물을 자주 마시고, 1일 1팩까진 아니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팩을 한다. 격렬한 운동보다는 산책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1984년생, 적은 나이가 아닌 만큼 결혼관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결혼과 아이, 가족은 하늘이 주는 것 같다”며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오래 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밝은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동안 많이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이젠 좀 밝은,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독특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 저만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독창성을 표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능에도 출연하고 싶다. 그는 “‘삼시세끼’와 ‘윤식당’을 너무 재밌게 봤다. 요리를 못하는데 차승원이 요리를 너무 잘해서 보는 내내 감탄했다. 요리 보조라도 하며 옆에서 배우고 싶다”며 “윤여정이 나온 ‘윤식당’도 다시보기로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혀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 가지 옷이 아니라 무지개빛 컬러를 소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올해는 ‘카이로스’로 정말 기회의 신이 와준 것 같다”며 “’슈가맨’을 통해 추억을 소환하고, ‘카이로스’를 통해 내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었다. ‘온앤오프’를 통해 대중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도 또 다른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도 밝혔다. “2021년은 한 발 더 나아가 저만의 긍정 에너지와 저만의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역할과 캐릭터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고 녹아들어 연기하는, 안주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