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늪’ 헤어나지 못한 2021년…대선에 지역정가 ‘술렁’ [2021 광주·전남 10대 뉴스]<상>

2021년 12월 27일(월) 16:57

다사다산(多事多難)했던 2021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노태우·전두환씨가 침묵한 채 숨졌지만 진실규명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신축년(辛丑年) 한 해가 저물고 있다.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과 잇단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광주·전남 누적확진자가 1만4000명, 사망자가 70명에 육박하는 사이 자영업을 중심으로 서민 경제는 '코로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5·18 학살 주범 전두환과 노태우가 끝내 '그 날의 진실'에 대해 입을 다문 채 사망, 사후에도 지역민들이 공분을 샀고, 학동 건물 붕괴 참사는 재개발사업으로 대표되는 도시개발사업의 어두운 단면과 검은 커넥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역 정가는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로 들썩였고, 광주형 일자리 첫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첫 양산차인 '캐스퍼'는 대박을 터트렸고, 지역 숙원 중 하나이던 프로배구단 창단에 이어 2025세계양궁대회 유치는 지역 스포츠계의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광주·전남 공통 핫이슈인 광주·전남 통합과 군(軍) 공항 이전은 논란 끝에 민선 8기로 공이 넘어갔고,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는 '절반의 성공'에 만족해야 했다.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은 대표적 인재로, 사회적 반성의 단초가 됐고, 열손가락 없는 장애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안타까운 죽음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올해 광주·전남 지역 10대 뉴스를 선정, 상·하로 싣는다.

◆'5.18 학살 주범' 전두환-노태우 사망

5·18 광주학살 책임자 전두환이 일말의 사과와 뉘우침 없이 죽었다. 전두환은 생을 마치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잔학무도한 학살·독재자인지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전두환은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빼앗고 1980년 5월 헌정유린에 맞선 국민을 총칼로 학살했다. 불의한 권력을 잇기 위한 그의 폭압·폭정은 8년동안 극에 달했다. 고문·간첩 조작수사, 녹화 사업, 정경 유착, 언론 통제, 집회·시위 봉쇄 등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았다.
전두환은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기소돼 1996년 1심에서 '실질적인 발포명령자'라는 판단과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1997년 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러한 정치적 타협은 끝내 그를 단죄할 기회를 차버렸다. 전두환은 단 한 차례도 죄과에 대한 반성없이 뻔뻔함으로 일관했다. 자신이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켜 놓고, 회고록으로 만행을 부정했다. 피고인으로 선 법정에서도 항쟁을 폄하하고 5·18 당시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등의 망언·궤변을 쏟아냈다.
전두환이 죽기 28일 전 삶을 마감한 노태우도 12·12 군사반란, 5·17 내란, 공안 통치, 집회·표현의 자유 봉쇄 등 역사에 지은 과오에 대해 속죄하지 않았다. 끝까지 파렴치했던 전두환·노태우는 5·18 피해자와 유족들의 가슴을 다시 후벼팠다. 여전히 학살자들을 찬양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이들이 있는 이상, 5·18은 끝나지 않은 투쟁이다. 학살자가 죽었다고 그의 역사적 악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살자의 폭동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게 죽은 자들의 부름에 산 자들이 진정으로 응답하는 길이다.

다사다산(多事多難)했던 2021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코로나19는 2년째 소멸되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 2년, 끝 없는 감염에 멍든 지역 사회

광주·전남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건 지난해 2월초. 반년,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는 잇단 변이 출현과 조용한 전파를 거듭하며 2년을 넘어 3년째 매서운 기세로 지구촌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확산세가 꺾이지는 커녕 전파력과 감염 범위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각종 통계치도 나날이 갱신되고 있다.
광주·전남 누적확진자도 어느덧 1만4000명, 사망자는 70명을 향하고 있다. 진단검사를 받은 인원만 555만 명에 달하고, 확진자와 접촉했다가 자가격리된 인원도 2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는 사이, 자영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서민 경제는 '코로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 확진 20개월째만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전격 시행되면서 희망의 싹을 튼 것도 잠깐, 오미트론 공습으로 사적모임은 4인으로 묶였고, 식당과 카페도 밤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돼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재개발 복마전이 빚어낸 학동 붕괴 참사

6월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재개발사업 4구역 철거 현장에서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승강장에 정차중인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수사 결과 건물해체 과정에서 수평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사가 붕괴 원인으로 밝혀졌고, 이면에 숨어 있던 총체적 안전 관리 부실과 재개발 사업 비리 '복마전'도 실체를 드러냈다.
참사 관련 직·간접적 책임이 드러난 형사입건자는 30여 명. 이 중 붕괴사고의 직접 책임이 확인된 원청·하청 2곳(한솔·다원이앤씨)의 현장소장, 굴착기 기사(백솔 대표), 감리자 등 5명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근본배경으로 꼽히는 불법 재하도급 계약·입찰 담합에 부당 관여한 브로커 4명도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빨라지는 대선, 지선 일정…정가 들썩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올 한해는 신년 벽두부터 여·야 잠룡들의 숨가쁜 표밭갈이에 이어 우여곡절 끝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각각 본선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전남은 민주당 대선 후보의 표심잡기 각축전이 치열해 전개됐다. 엎치락뒤치락 '명낙대전'은 광주에서 이재명 후보, 전남에서는 이낙연 후보가 각각 앞섰지만, 결선 투표 논란끝에 이 후보가 본선행 직행티켓을 거머쥐었다. 본선이 가까워지면서 여권 주자에 대한 '호남 몰빵' 지지가 다시 재연될지, 윤 후보가 두자릿수 득표율 기록하며 정권 교체를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선 3개월 뒤 치러지는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대선 결과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대선 승패에 따라 광주·전남 여권 경선구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민주당이 재집권을 했을 경우 현재의 경쟁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선에 패할 경우는 경선구도가 새판짜기로 갈 수 있다. 코로나 변수로 기존 대면선거운동과 집단행사가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정치 신인들의 선전 여부와 함께, 현역 물갈이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사다산(多事多難)했던 2021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대선후보들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학동 참사를 비롯해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 군공항 이전 "민선 8기로"

광주·전남지역 주요 현안인 시·도 통합과 군(軍) 공항 이전은 민선7기 임기가 9부 능선을 넘은 현재까지도 답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민선 8기로 공은 넘어갔다.
수도권 집중화에 맞설 대안으로 한 뿌리 광주·전남의 통합이나 메가시티 경제통합이 화두로 던져졌고 대구·경북 행정통합,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구상이 자극제가 됐지만 광주·전남 통합 논의는 지난해 첫 제안 이후 괄목할만한 진척은 없는 상태다. 연구용역으로 넘겨져 체계적인 사전연구와 공론화 절차를 앞두고 있다. 여·야 대권주자들도 메가시티를 공약화하고 있어 대선과 지방선거 등 양대 선거를 계기로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낮지 않다.
군공항 이전도 5년 넘도록 답보상태다. 찬반 핑퐁 끝에 국무총리실 주관 범정부협의체로 주도권이 넘어갔지만 이렇다할 '행정상 이정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2021년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공항 통합 이전 문제와 맞물리면서 국방부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 단계서 멈춰선 채 한 발 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민선 8기 주요 현안으로 넘겨질 공산이 크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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