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 NCC 폭발사고 사흘 째 분향소 가족 침통 누나 6명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에 "전화 한 통이라도 더 할 걸" 유족들, "사고 원인 밝혀질 것·고인 넋 기리는 데 집중하겠다"

2022년 02월 13일(일) 17:18

"전화 한 통화라도 해 볼걸. 얼굴도 못 봤는데…"
여천NCC 제3공장 열교환기 폭발 사고 사흘째인 13일 전남 여수 학동 여수제일병원 희생자 분향소.
유족들은 사고 이후 첫 휴일을 맞았지만, 모두 모여 빈소를 지켰다.
이들은 한순간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가족의 영정만 바라보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희생자의 누나 여섯 명은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동생이자, 집안의 막내아들이었던 고인의 죽음 앞에 비통해했다.
검은 상복 입은 누나들은 사진으로만 남은 동생 영정 앞에서 목 놓아 통곡하면서 동생의 이름을 불러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누나 한 명은 "아이고 내 동생아. 평소 전화 한 통이라도 더 할 걸"이라며 더 잘해 주지 못한 아쉬움에 목이 멨다.
또 다른 희생자 분향소에선 젊은 여성의 통곡 소리만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여성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우리 신랑 돌려내"라며 가슴을 연신 쳤다.
가족들은 여성을 위로했지만, 뒤돌아서 눈물을 훔쳤다.
한 가족 10여 명은 영정 앞에 모여 손을 맞잡은 채 추도 기도를 했다.
이날 분향소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흐느낌이 가득했다.
유족들은 보상 절차보다는 고인의 넋을 기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한 희생자 대표는 "사측은 하루빨리 보상 협의를 마치려고 하지만, 부검 결과를 지켜봐야 하고, 가족들과 천천히 논의를  진행해야한다.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조문을 온 노동계 관계자들에게 재발 방지책과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에 힘을 보태길 간절히 바랐다.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가족을 토닥이며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로를 전했다.
희생자 지인들도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
지인들은 "살아 생전 모습이 훤하다. 어쩌다 이렇게 허망하게 갔냐"며 친구이자 동료들의 빈자리를 한숨으로 달랬다.
한편, 지난 11일 오전 9시 26분께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3공장 내 에틸렌 설비 일부 구역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협력업체 노동자 3명과 NCC 소속 안전 감독자 1명이 숨졌다. 나머지 협력업체 노동자 4명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이다.

여수=오상호 기자 /

여수=오상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