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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다 숨진 탈북 모자(母子), 누구 책임인가
2019년 08월 13일(화) 16:56
74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오늘, ‘굶주림 피해 한국 왔는데 굶주리다 숨진 탈북 모자(母子)’라는 기사가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다. 나는 통일문제, 남북문제에 관심도 많고, 공부도 하고, 나름대로 활동도 하고 있기 때문에 눈에 번쩍 띄었다. 기사를 읽어보니, 가슴이 먹먹했다. 풍요 속의 빈곤, 소득 양극화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대 문제다. 완전한 사회 안전망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끝없이 노력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모자의 시신은 서울 관악구 어느 아파트 관리인의 신고로 발견되었다. 수도 요금 미납으로 단수가 되었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관리인이 찾아가서 창문으로 내다보니 모자가 죽어 있었다. 방안에는 쌀이나 물도 없고, 아들(6세)의 장난감과 봉투에 든 고춧가루 뿐이었다. 시신의 부패 상태로 보아서 약 2개월 전에 죽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숨진 탈북민 한모(42세)씨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장사를 하다가 탈북해서 중국과 태국을 거쳐서 2009년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중국 동포(조선족)를 만나서 결혼을 해서 아들도 낳았다. 남편과 함께 중국에 갔다가 이혼하고 아들과 둘이서 다시 한국에 왔다.
탈북민들의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2개월 교육을 받고 나오면,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되어 지원금을 받는다. 이혼 전 남편 직장을 따라서 이사하다가 기초생활수급자 명단에서도 빠졌다. 아이를 돌본다고, 나중에는 아이가 병이 있다는 이유로 외부와의 교류도 끊겼다.
경찰과 탈북민 등에 따르면 모자가 살던 13평 아파트는 보증금 547만원, 월세 9만 원짜리 임대아파트였다. 아이 양육비 월 10만원이 수입의 전부였다. 월세를 수개월 못 내고 아파트 관리비도 수개월 밀렸다. 집에서 발견된 통장 잔고는 0원이고, 5월 중순 3858원을 모두 인출한 것이 마지막 거래였다. 모자의 사망 추정 시점은 그로부터 약 2주 뒤였다. 정확한 사인(死因)은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경찰은 자살이나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굶주림을 피해서 온갖 어려움과 천신만고(千辛萬苦)를 겪고 찾아온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굶어 죽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굶주림으로 죽어간 모자는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북한 이탈주민, 우리 형제자매다. 나는 고개 숙여 힘들고 고단한 삶을 마감한 모자의 명복을 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쌀 한 톨 없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탈북민이나 홀로 사는 독거(獨居) 노인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통일부 관계자는 좀 더 정신 차려야 한다. 통일정책의 입안이나 집행 등 거대 정책은 청와대나 국회 등에서 결정한다. 통일부는 결정된 통일정책을 대상과 환경을 잘 가리고 판단하여 자상하게 집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건성으로 대강대강 시행해서는 많은 허점과 불행이 발생한다.
통일부 산하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도 있고 탈북민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관리하던 탈북민이 해외로 나갔는지, 생활고에 시달리는지, 굶어 죽어가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모르고 앉아 있다가 시간이 가면 어김없이 나오는 급여만 받아먹고 있으니, 한심하다. 유야무야 지나갈 일이 아니고, 책임을 져야할 명백한 직무유기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통일부 담당부서, 하나원 등 관련부서를 통합하여 탈북민들을 체계적·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탈북민 업무를 기획·조정·교육·관리할 통합 특별행정부서의 설치를 대통령에게 건의한다.
언젠가 내가 칼럼에서 주장한 바 있지만, 자유와 민주의 나라 대한민국을 목숨 걸고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우리 동포 탈북민 3만 명은 우리가 우대해야 할 통일의 선봉대다. 북한이탈주민은 경제적·정치적으로 선진국가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국가 사회가 포용하고 통합하고 함께 행복해야 할 소중한 형제자매다.
통일부 뿐만아니라, 날마다 함께 살고 있는 이웃들도 ‘이웃은 타인’이 아니라, ‘이웃도 우리 형제자매’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녀의 비극은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현기증 나는 고도기술정보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시의 비정함 속에 자기도 모르게 길들여진 우리들은 자기 코가 석자라는 강박증과 과도한 경쟁의식, 나몰라라 하는 무관심으로 철갑(鐵甲)을 입은 듯이 무장하고 있다. 이익이 조금만 없거나 자기에게 불리하면 바로 무관심과 이기심, 배신이 판치는 황금 제일의 살벌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의 최대 약점이요, 비정한 비극이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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