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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뒤엔 CJ…미지의 아카데미 캠페인, 어떻게 성공했나
2020년 02월 11일(화) 17:08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이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편 1929년부터 시작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일명 '오스카'로도 불리는 미국 최대의 영화 시상식이다.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상을 수여한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된 순간 전세계가 함께 환호했다. 비영어권 작품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었다. 미국, 백인, 남성, 자국영화 중심의 보수적 성향을 보여줬던 일명 '로컬 시상식' 아카데미의 공고했던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에 이어 수상 소감을 밝힌 이미경 CJ 부회장의 등장에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경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고, 아카데미 캠페인 성공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은 어떻게 전세계 최고의 시상식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을까. '기생충'은 전세계의 공통된 화두인 '빈부격차'에 대한 보편적 공감대와 봉준호 감독의 뛰어난 연출로 영화에 대한 높은 완성도 및 작품성이 있었기에 수상이 가능했다.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 뒤 숨은 의도를 찾는 흥미로운 영화 담론이 형성됐고, '제시카송'이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에서 이슈가 됐던 점도 주효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등극에는 CJ ENM의 전략적인 캠페인 지원 역시 톡톡히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 조직적 아카데미 캠페인부터 파악한 CJ ENM

CJ ENM은 '기생충'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의 쾌거를 거두면서, 한국영화 최초로 자사 아카데미 캠페인 노하우를 한국영화산업에 내재화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기존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 시상식은 노미네이트부터 전세계 약 8000여명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표심을 잡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선 체계적으로 아카데미 캠페인을 진행해온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직접 시행착오를 겪어갔고 한국 영화계 최초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조직적 아카데미 캠페인을 성공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 북미 배급사 NEON과 역할 분담 시너지

CJ ENM은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8월 말에 본격적으로 아카데미 캠페인을 시작했다. CJ ENM은 영화사업본부 해외배급팀이 캠페인을 전담했다. 전체 캠페인 전략 총괄부터 캠페인 예산 수립 및 진행, 전세계 '기생충' 현지 프로모션 진행, 관객 및 오피니언 리더 대상 시사회, 언론 홍보 및 광고 집행 등을 이끌었다. 북미 배급사인 네온(NEON)은 북미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하고, 북미 현지 프로모션과 현지 시사회, 북미 개최 영화제 등을 담당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직후 국내 취재진을 만난 봉준호 감독은 "미국 배급사 네온과 네 번째 작품까지 함께 해온 CJ가 두개의 바퀴가 맞아 굴러가듯 호흡을 맞추며 캠페인 진행에 있어 힘을 합쳐서 잘 해왔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어 "후보에 올랐던 다른 영화들을 어떻게 보면 빅 스튜디오 영화다. 모든 면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가장 규모도 작고, 뒤처지는 상황이지만 불리한 점을 극복하고 발로 뛰어서 마음을 한데 모아 했다는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 북미 영화계 오피니언 리더 공략

CJ ENM의 아카데미 캠페인 목표는 처음부터 한국 최초 국제극영화상 노미네이션이 아닌, 주요 본상 노미네이션이었다. 이에 지난해 10월11일 북미 개봉 이전부터 LA타임스와 할리우드 리포터 등 주요 외신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아카데미 회원들과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를 대상으로 한 시사회, 영화계 오피니언들이 주최하는 리셉션 참석, 북미권 영화제 잇단 상영 및 참석을 통해 집중적으로 초기 이슈화에 성공했다. 개봉 전부터 작품에 대한 화제성을 끌어올리면서 북미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캠페인 적극 참여

각 영화제 및 시상식, 상영회 등 핵심 참석 대상인 봉준호 감독이 직접 캠페인에 동참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표심을 잡는 데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쇼'에도 출연해 대중적으로도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고 송강호도 바쁜 일정 속에서도 종종 캠페인에 합류, '기생충' 현지 홍보에 발벗고 나섰다. 조여정과 박소담도 유명 매거진의 화보를 진행하면서 관심을 환기시켰다.
특히 현지에선 봉준호 감독만의 매력적이고, 센스 넘치는 재치와 입담이 언론과 대중들의 호감도를 상승시키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때늦은 발언"이라고 하긴 했지만 "1인치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수상 소감도 화제가 됐고,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일 뿐"이라고 했던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도 크게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봉준호의 입담으로 곳곳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오는 광경이 목격됐다. 봉 감독은 국제극영화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아임 레디 투 드링크 투나잇, 언틸 모닝(I'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 나는 마실 준비가 돼 있다, 아침까지)" "제가 너무 존경하는 감독들인데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5등분 잘라서 나눠서 갖고 싶은 마음" "저는 그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 마시겠다"고 농담을 던졌고 시상식장과 해외 매체들이 있던 인터뷰룸은 봉 감독의 매력에 더욱 빠진 모습이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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