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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성폭력에 경기위해 생리도 미뤄"…장애인선수에 인권은 사치

인권위 1554명 대상 조사…성희롱·성폭행도 9.2%
신고하고도 2차피해…경기 위해 수업 빠지고 생리도 미뤄

2020년 02월 13일(목) 16:57

"지적장애로 인해 처음에는 감독이 평소에는 잘 해주다가 간혹 혼을 낼 때, 그 이유를 알지 못해 혼돈이 많았다. 그래서 선수생활을 잠시 그만 두었다. 그러나 다시 복귀했을 때 여전히 언어적, 신체적 폭력은 계속됐다."(장애인 선수 A씨)

장애인 체육선수들 중 상당수가 폭력과 학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초중고, 대학생, 실업선수 등 장애인 체육선수 15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권침해 상황 조사에서 이같이 드러났다고 13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 중 22.2%(354명)는 구타 및 욕설, 비하를 비롯한 13가지 폭력 및 학대 유형 가운데 하나라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감독·코치가 49.6%로 가장 많았고 이런 행위가 이뤄지는 공간은 훈련장(59.4%) 경기장(30.7%) 합숙소(13.3%) 순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중심으로 장애인 선수의 인권보호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성폭력 등 신체의 자유 침해와 차별 또는 거부를 경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육체·언어·시각적 성희롱과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9.2%(143명)로 강제추행과 강간을 포함한 육체적 성희롱도 5.7%에 달했다.
앞서 인권위는 2012년 장애인체육회와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정례적인 실태조사로 인권침해 재발방지 대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당시 성폭력 피해 경험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이후 6년간 실태조사와 현장 모니터링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내부 문제를 발설하지 못하는 체육계의 구조적 폐쇄성과 내부의 자정작용을 통한 인권침해 구제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 외부에 피해를 신고한 장애인 체육선수들은 67.3%가 신고 후 오히려 2차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2차 피해 유형으로는 △가해자가 운동부 지도자 및 동료들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말로 피해상황을 왜곡함(19.2%) △가해자가 직접 혹은 동료들을 통해 나를 따돌리거나 불이익을 줌(13.5%) △신고기관에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사건 접수 내용을 운동부 지도자와 동료에게 알림(11.5%) 등이 있었다.
스포츠 지도자들이 경기에서 승리에만 몰두하다 보니 학생인 장애인 선수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피해도 나타났다. 조사 참여자 66.7%는 대회출전이나 경기 준비를 이유로 학교(학과) 수업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장애인 선수들의 경우 경기를 위해 생리일을 미루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에서 여성장애인 선수 28.9%는 생리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 출전이나 훈련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18.9%는 경기를 위해 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룬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조사 참가자들은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전용 체육시설이 사용하는데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조사자 35.7%가 장애인 전용체육시설 이용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조사를 진행한 여성정책연구원은 장애인 체육선수 지도자에 대한 장애감수성 및 인권교육 의무화, 지역장애인체육회 내 인권상담 인력보강 및 조사절차의 독립성 강화를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는 1만709명이다. 이번 조사는 모바일을 통해 진행됐으며 일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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