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사 규정'에 발목…정현, 데이비스컵 국가대표 제외 이유 선수는 "뛰고 싶다", 협회는 "후원사 로고 가려야"

2020년 02월 12일(수) 16:51

정현(24·한국체대)의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출전이 불발됐다. 대한테니스협회 후원사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대한테니스협회(KTA)는 12일 '2020년도 세계남자테니스선수권대회(데이비스컵)' 예선 이탈리아 원정 경기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남지성(세종시청), 이덕희(서울시청), 정윤성(의정부시청), 송민규(KDB산업은행), 정홍(현대해상) 등 총 5명이 최종 명단에 올랐다.
정현의 형 정홍(27)이 포함된 가운데 한국 남자 단식의 '투톱'이라 할 수 있는 정현과 권순우(23·당진시청)가 명단에서 제외됐다.
곽용운 KTA 회장은 "데이비스컵 예선이라는 큰 대회에 한국이 출전하게 돼 무척 자랑스럽다"며 "권순우, 정현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선수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권순우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 의사를 밝혔다. KTA 측은 "권순우 선수의 경우 4월초까지 ATP 투어에 참가하는데, 일정 중간에 데이비스컵까지 출전할 경우 컨디션 조절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 방어의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의 불참 이유는 다소 복잡하다. 후원사 규정이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KTA 규정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가대항전에 출전할 경우 후원사의 의류와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고 나온다. 한국 테니스 국가대표팀의 후원사는 아디다스사다.
그러나 정현은 개인 후원사를 두고 있다. 의류는 라코스테, 신발은 나이키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특히 신발은 잦은 물집 부상으로 인해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받고 있다.
KTA는 "개인 후원사 제품을 착용해도 로고를 가리면 출전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정현 선수 측은 그럴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KTA 규정에는 예외 조항도 있다. ATP 세계랭킹 50위 이내의 선수의 경우 개인 후원사의 의류와 신발을 착용하고 국제대회에 나가도 된다는 조항이다. 정현은 현재 세계랭킹이 139위까지 밀린 상태다. 당연히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정현의 매니지먼트사 IMG의 김종호 이사는 "정현 선수는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협회 규정 때문에 나갈 수 없게 됐다"며 "아직 100％는 아니지만 충분히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몸상태라 아쉽다"고 말했다.
출전 의지가 강하다면 신발의 로고를 가리고 출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종호 이사는 "데이비스컵에서 후원사 로고를 가린 선수는 본 적이 없다"며 "개인 종목, 그것도 프로 선수로서 후원사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로서도 정현의 불참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정현이 합류하면 대표팀의 전력에도 보탬이 될 수 있고, 대표팀을 향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컵 출전이 무산된 정현은 이달말 열리는 ATP 500 시리즈 두바이 듀티프리 챔피언십 출전을 목표로 훈련 중이다.

/

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