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문제 없다→부족하니 재사용"…'갈팡질팡' 마스크 정책 노인·취약 계층 마스크 확보도 어려워 '부익부 빈익빈' 1日 생산량, 수요량의 절반…공적마스크 확대도 미봉책

2020년 03월 04일(수) 17: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는 서민들의 유일한 '방패' 마스크 수급부족이 장기화되고 있다.
마스크 수급을 호언장담 하던 정부는 뒤늦게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생산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근본적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급기야 정부는 '재사용이 안 된다'는 WHO와 달리 '세탁해 재사용'하라는 공식 마스크 사용지침까지 내놨다. 의료계가 이견을 제기하면서 국민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갈팡질팡 설익은 대책이 잇따르자 차분히 정부를 믿고 따라온 민심도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다.
정부는 TK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던 시점에도 '마스크 대란' 조짐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구 방문때 "마스크 수요를 감당할 충분한 생산능력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다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자 지난 3일 "국민께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하며 마스크 수급 총력전을 지시했다.
같은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마스크 사용 개정 지침을 통해 면 마스크 사용과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면 마스크 및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하지 말라는 WHO 권고와 정면 배치되는 지침이다.
마스크 재사용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 역시 정부 사용지침 보다 WHO의 손을 들어준다. 마스크 사용지침 논의에 참여해온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재사용 가능 입장을 밝히자 '의학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며 이름을 뺐다. 의협은 조만간 마스크 사용에 관한 별도 지침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다.
마스크 부족 사태를 대하는 여당 태도도 일관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마스크 공급량 부족을 자인하면서도 "저도 두 개를 가지고 일주일을 사용한다"며 "집에 있을때 사용을 안 하고 보통 3일씩 쓰는데 아직은 큰 지장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난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마나 확보되는 물량도 국민들에게 고르게 분배하지 못하면서 마스크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까지 나타난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정보 소외계층 등 사회 취약자들이 마스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뚜렷하다.
정부는 공적 판매처로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약국, 의료기관 등을 지정했다. 그러나 근본적 물량부족이 해결되지 않아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오랜 시간 대기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마스크는 5장 안팎이다.
또한 대기줄에서 장시간 기다리는 것이 여의치 않은 노약자와 장애인들은 이조차 구하기 어렵다. 이들은 온라인이나 홈쇼핑 방송 등 접근성도 떨어진다. 공영쇼핑은 사재기를 막겠다며 '게릴라 판매' 방식으로 마스크를 판매 중인데, 시청률을 높이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공적 마스크 판매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약국 판매를 통한 중복구매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공적 마스크 판매 비율 추가확대도 검토 중이다.
정부의 각종 대책이 쏟아지지만 마스크 수급을 위한 근본 해결책은 결국 공급 확대다. 일일 2800만~3000만장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마스크 생산량을 일거에 확대할 뾰족한 방안이 없고,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일일 마스크 생산량은 1200만장 수준으로 추산된다. 마스크 설비 증설에는 3~4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당장 수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보건용 마스크의 핵심 재료인 MB(Melt Blown) 필터 공급이 달려 현재 생산량이 유지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마스크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한 업체는 "MB필터가 큰 사업장에 집중돼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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