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해요" "무급 휴직하래요" 韓경제 코로나19에 휘청

2020년 03월 17일(화) 17:13

코로나19가 글로벌 대유행(팬데믹·pandemic) 단계로 진입하자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경제권이 국경 봉쇄와 상대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단행하면서 국제적 분업 체계마저 흔들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욱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해외로부터 부품과 소재를 제 때 조달하지 못해 조업을 줄이거나 휴업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사회적 격리' 활동이 강화되면서 내수 산업과 이들이 제공하는 일자리가 크게 타격 받고 있다.
17일 보건당국과 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발병이 보고된 후 불과 70여일 만에 확진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15만명을 넘어섰다. 전날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전 세계 130개국에 걸쳐 15만6296명을 기록했다. 이 중 사망자 숫자만 6388명에 달한다.  
최근 들어 중국의 확진자가 주춤한 반면 유럽과 미국으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이날 신규 확진자가 16명에 불과했지만 이탈리아는 하루에만 3590명이나 폭증했다.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는 3만4747명에 달했다. 이어 이란 1만3938명, 스페인 7753명, 프랑스 5423명, 독일 4838명, 미국 3244명 등에서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미국은 유럽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독일도 자국을 둘러싼 주변국 국경을 막았고, 노르웨이도 외국인 입국을 차단했다. 중국 베이징시를 방문하는 외국인은 의무적으로 특정 장소에서 14일간 격리를 해야 한다. 전 세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국들이 사실상 국경 봉쇄에 나서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더욱 심각하다. 확진자 수가 8000명을 넘어선 여파로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 출발 여행객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140개국에 달한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중 73%가 한국발 입국을 제한한 것이다.

◇각국 국경 봉쇄, 한국인 입국제한…국제 생산분업체계 위기

전 세계적으로 무섭게 번지는 코로나19로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당장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33억3900만달러로 조업일수 증가 덕에 전년 동기대비 21.9% 늘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로는 2.5%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3월 전체로 보면 감소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지난해 수출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3월부터 수출이 본격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졌다. 빗장을 건 국가들 중에는 미국을 뺀 우리나라의 10대 수출국(중국·미국·베트남·홍콩·일본·대만·인도·싱가포르·멕시코·말레이시아)이 모두 포함되면서 교역·투자 등 물적 교류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커다란 악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제한이 늘어나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교역·투자 등 경제활동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달 절정에 이르렀던 중국 우한지역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부품 등 주요 중국산 소재·부품·장비 공급이 끊기면서 막대한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는데, 이젠 140개국이 빗장을 걸면서 글로벌밸류체인(GVC)으로 긴밀히 연결된 국제 생산 분업체계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정유·석유화학 등 국내 전 산업에 걸쳐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빚어진 피해 사례가 하나둘씩 발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공장 가동 중단으로 시작된 국내 생산차질 사태는 자동차산업에 한정됐지만 업계 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디스플레이, 반도체, 석유화학 등 여러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났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사회적 격리' 활동에 내수업체 줄도산 위험…서비스 일자리 타격

수출뿐 아니라 내수 또한 동반 침체상황이다보니 여행업, 숙박 등 자영업자들이 줄도산 위험에 노출됐다. 지역경제계에 따르면 현 상황이 2∼3개월 더 이어질 경우 여행사·음식점·숙박업·PC방·노래방·학원 등 자영업자와 영세업체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하다.
실제 최근 관광여행 예약이 90% 이상 취소되면서 최근 두 달간 폐업을 신고한 여행사는 50곳이 넘었다. 고용노동부가 16일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등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해 근로자의 고용유지와 생활안정을 위한 집중 지원을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코로나19는 일자리에도 타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 3분의 1 정도는 유급·무급 휴직자였고, 숙박·음식점 취업자가 최근 1년새 가장 낮았다는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서 이런 피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공공 노인일자리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권고를 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3월의 고용 지표는 이보다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억명 이상일 수 있고, 사망자는 100만명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물론 이런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 백신 개발 등 방역·의학적 해결책이 나오겠지만 시장외부에서 발생한 이 위기가 앞으로 장기화할 경우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 등과 맞물려 복합적인 충격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에 복합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위기에 준하는 엄중한 상황인식을 갖고 금융·외환 부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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