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23회 고창문학상을 수상하고

2022년 12월 11일(일) 16:01

  지난 12월 6일(화) 오후 6시, 전북 고창군(高敞郡) 고창읍 르네상스 뤠딩홀에서 한국문인협회 고창지부(고창문인협회 회장 강복남)가 주최한 제55호 「고창문학」 출판기념회와 제23회 고창문학상 시상식에서 나는 제23회 고창문학상을 수상했다. 
  기념식에는 나순희 직전 회장 등 역대 회장들과 100여명의 회원들, 고창군의회 임정호 의장, 이경신 부의장, 오세환 의원, 박종은 고창예총 회장, 김영주 고창교육지원청장, 고운기 고창군 자치행정국장, 이문구 농협 고창군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나는 아버지의 외가인 전북 고창군 신림면(新林面) 부송리(富松里) 261번지(부송부락)에서 태어났다. 이곳에서 사실 떼, 아버지는 밤 늦도록 새끼 꼬고 가마니를 짜서 고창군 흥덕면 흥덕장터에 지게에 지고 가서 팔고 돈이 아까워서 팥죽 한 그릇 사먹지 않고 집으로 오시다가 기운이 다하여 기진(氣盡)하여 겨울밤 길섶 눈밭에 쓰러져 있었다. 하늘이 살려주실려고 장에 갔다오던 동네 사람들이 발견하여 등에 업어서 집으로 데려왔다. 만약 10분만 늦게 발견했더라면, 추운 겨울 밤, 힘이 다하여 정신을 잃고 길가 눈 속에 쓰러져 있었으니 곧 바로 얼어서 목숨을 잃으셨을 것이다.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더라면 어린 아이였던 나의 운명도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알 수 없는 불안정하고 불운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얼마 안되어서 아버지의 조상들이 대대로 살아온 전남 영광군 대마면 월산리 477번지로 가족들이 이사갔다. 나는 대마초등학교와 영광중학교를 입학해서 졸업하고 광주로 가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다.  
  전북 고창은 내가 태어나서 탯줄을 묻은 영원한 고향이다. 그래서 출생지 문인들의 문학단체인 고창문인협회와 전북문인협회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1991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1995년 1월 1일 발행한 첫시집 「화산(火山)」 초판본의 약력에서 ‘전북 고창군 신림면 출생, 전남 영광군 대마면 성장’과 ‘모양문학회, 전북 문학회 회원’이 들어 있다. 
  모양(牟陽)문학회는 고창읍성의 다른 이름인 모양성(牟陽城)을 본따서 지은 이름으로 1959년 2월 15일 창립되었으며, 1990년 3월 25일 창립된 고창문인협회와 1998년 1월 28일 통합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59년 창립된 고창문인협회는 6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저력있는 문학단체로 성장했다. 
  현대시산맥(詩山脈)을 형성하고 있는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 시인의 고향인 고창은 문향으로 빛나고 있다. 미당 시인은 나의 첫시집 「화산」에 친필 휘호와 서문을 써 주시고, 1995년 3월 24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화산」 출판기념회에 오셔서 축사를 해주셨다. 출판기념회에 오신 미당 선생님에게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하여 나란히 서 계시는 어머니를 ‘고창 부안면 진목부락이 친정이시고, 1915년생 동갑입니다’고 소개했더니, 미당 선생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미당 선생은 1915년 5월 18일, 어머니는 1915년 8월 22일이 생신이다. 미당 선생은 설날 남현동 자택으로 세배를 간 나에게 문학과 인생을 가르쳐 주신 나의 큰 스승님이다.
  미당 선생의 생가와 미당시문학관이 있는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질마재)은 어머니의 친정, 나의 외갓집이 있는 고창군 부안면(富安面) 사창리 진목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어릴 적, 외삼촌과 외할머니 회갑이나 생일에는 하루 전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20km가 훨씬 넘는 먼 길을 걸어서 진목마을을 찾아다닌 추억이 생각난다. 지금은 외할머니도, 외삼촌도, 외숙모도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버리셨다. 이제 나도 하늘로 떠날 빠른 번호표를 손에 쥐고 있다. 
  내가 성장한 영광에서는 2000년 11월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영광지부를 청립하여 초대 회장을 하면서 고은(高銀) 시인을 초청하여 문학강연회를 주최했고, 제1회 영광문학상을 정종(鄭瑽) 동국대 명예교수(철학박사), 제2회 영광문학상을 오세영(吳世榮) 서울대 명예교수(문학박사, 예술원 회원)에게 드렸다. 회장에서 물려난 후, 2003년 2월 제3회 영광문학상을 받았다. 
  상(賞)은 크든 작든 기분 좋은 일이다.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표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잘 하라는 격려이기도 하다. 태어난 고향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은 기쁘기도 하지만, 앞으로 정신 차려서 더 잘 하라는 큰 채찍으로 받아들인다. 챙겨주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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