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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은 딱 한 작품에라도 주요 배우 중 한 명으로 출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제 꿈을 다 이뤘어요. 비주얼과 연기력 모두에서 저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다는 걸 너무 잘 압니다. 전 정말 우연찮게 선택을 받았을 뿐이에요. 그래서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운이 작용하지 않은 성공이라는 건 없을 것이다. 다만 이재욱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 승승장구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익히 알려진대로 이재욱은 진지했고 성실했으며 무엇보다 좋은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연기를 하고 연기에 관해 생각하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연기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전 종종 히트한 작품을 질투해요. 난 왜 저 작품에 선택 받지 못했을까, 내가 저 캐릭터를 했다면 어땠을까, 저런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최근에 '약한영웅'을 봤는데 질투가 나더라고요. 저 액션 나도 잘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이요.(웃음) 그렇게 계속 자극을 받으니까 더 잘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보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도 교복 입고 싶거든요.(웃음)"
'탄금'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스릴러물이다. 조선 최대 상단의 외동아들 '홍랑'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12년 뒤 자신이 홍랑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홍랑을 자처하는 이 의문의 남자를 둘러싼 비밀, 그리고 이복 동생 홍랑을 10년 넘게 애타게 찾아 헤매다가 마주하게 된 가짜 홍랑과 사랑에 빠져버리는 '재이'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재욱은 홍랑을 맡아 거침 없는 액션과 절절한 사랑을 보여준다. 결기와 애처로움이 함께 담긴 눈빛으로 모진 풍파를 견딘 홍랑의 과거를 그려낸다. 그런데 이재욱은 "홍랑이라는 인물의 마음을 10%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너무나 큰 아픔이 있는 인물이죠. 제 안의 아픔을 최대한 끄집어 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현장이 주는 무게감에 기대었다"고 했다. "촬영 현장의 공기가 저를 짓누르듯 무거웠어요. 각 캐릭터의 사연이 얽히고 설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모든 배우가 예민했죠. 그 공기의 무게감을 읽고 그 흐름에 저를 원초적으로 맡겨 보고, 그 상황에서 제가 받는 데미지를 연기에 활용해보려고 한 겁니다."
이재욱은 배우 엄지원·박병은과 연기할 때 크게 자극 받았다고 했다. 그는 두 선배 배우를 마주할 때 자신이 쪼그라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연기를 만들어내느 그 집중력을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선배님들은 순식간에 캐릭터 안으로 들어가는 힘이 남다르고, 평소 모습과 연기할 때 모습의 간극이 엄청나게 컸습니다. 그건 정말 정말이지 엄청난 에너지이거든요. 저도 그런 힘을 갖고 싶었습니다. 전 다른 작품을 볼 때도 그래요. 웬만한 드라마·영화를 다 챙겨 보는데, 그때마다 자극을 계속 받는 겁니다. 아무리 잔인한 장면이 나와도 전 그게 잔인하다고 못 느껴요. 그때 그 연기를 보느라 바쁘거든요."
이재욱은 "요즘 20대 배우 중 가장 많은 대본을 받는 배우가 아니냐"는 말에 쑥쓰러운 듯 연신 손사래를 치며 "그렇지 않다"고 수 차례 말했다. 다만 그는 연기를 향한 욕심은 전혀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을 쉬고 싶지 않고, 쉬 줄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대 갈 때까지는 계속 달리고 싶다. 군대를 가서도 내 작품이 계속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가 질투가 많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질투하니까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이제 군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 그 전에 최대한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렇게 일만 하면 건강이 안 좋아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전 지금 행복해요. 행복한 이 순간을 정말이지 즐기고 싶습니다."
호남신문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