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신설' 대선공약…의료계 "실질대책 아냐" 반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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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대신설' 대선공약…의료계 "실질대책 아냐" 반발 예고

이재명·김문수 공공의대 등 의대설립 공약
"인구감소 속 교수·병원확보도 쉽지 않아"
"의료소송 위험 완화 등 정주여건 마련을"
"어린이 전담 공공병원, 전문인력 확보를"

[호남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지역 의대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하자 의료계에선 지방 소멸의 흐름 속에서 의대 설립으로는 지역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각 후보 공약집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남·전북에 공공 의대를 1곳씩 세워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인천에는 의료 불균형과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 의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북에는 일반 의대 1곳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전남 도민의 30년 염원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전남 지역에 의대 1곳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공공 의대 등 의대 4곳을 세워 의사들을 배출해 지역의 중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 등으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최종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전남에 국립 의대를 신설하고 상급종합병원도 함께 설립해 지역 의료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지방 소멸 추세로 의료 수요가 부족한 데다 단시간 내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의대를 설립하기도 어려워 예산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의대 교육이 가능하려면 교수진과 부속병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병원 부지를 확보하고 시설 등을 갖추려면 수 년이 걸린다"면서 "특히 의대생들이 입학하면 첫 해 배우게 되는 것이 해부학, 생리학 같은 기초의학인데 지금도 기초의학 교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B 교수는 "두 후보가 모두 의대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전남은 17개 광역 시도 중 인구 소멸 위험 지역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인구가 부족하다"면서 "인구 감소로 환자가 부족해 병원 운영이 어려운 상황인데,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의대를 4곳이나 세운다니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지역 의료의 붕괴는 단순한 의사 부족 문제가 아닌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의 한 단면으로 의대를 더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특히 인구가 급감하고 의대 교육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의학 교육의 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료를 살리려면 환자의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할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 개선, 지역 정주 여건 마련 등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C 교수는 "정부의 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아젠다 자체에 반대할 의사는 없지만 방식이 문제"라면서 "상급종합병원 전원 결정은 환자가 아닌 오로지 의사가 할 수 있도록 해야 지역에 환자가 남는다"고 말했다.
마 과장은 "의대 설립은 최소 10~14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시급한 지역 의료 공백 문제, 특히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인력난 해소와는 괴리가 크다"면서 "지방 의료기관에 정주할 수 있는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보상 강화, 의료 소송 리스크 완화, 교육 및 생활 인프라 구축 등 의사가 지방에 남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B 교수는 "선거철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지역 출신 의사가 지역에 정착해 진료하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지역의 거점 국립대와 거점 의료기관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밝힌 울산 지역 내 '어린이 치료 특화 공공 병원 설립' 공약을 두고는 어린이 전담 공공 병원 설립은 필요하지만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마 과장은 "지방에서는 양질의 중증·응급 소아환자 치료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의 인력 재배치와 근무 조건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의 소아청소년 건강 통합관리 전략이 부재해 비만·대사증후군·정신건강 등 만성질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방 및 지속 관리 체계는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소아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인 만큼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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