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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에 따르면, '어벤져스3'(감독 앤서니·조 루소)는 19일 오후 1시30분 누적 관객 수 1000만8909명을 기록했다. 개봉 19일 만이다.
올해 1월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 함께: 죄와 벌'(감독 김용화) 이후 첫 기록이다. 한국 영화 역사상 21번째, 외화로는 5번째 1000만 영화다.
역대 '1000만 외화'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인터스텔라'(2014), '겨울왕국'(2014) '아바타'(2009) 등이다. 3년 만에 1000만 외화가 탄생했다.
역대 외화 1000만 돌파 최단 기간 기록을 경신했다. 앞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은 개봉 25일 만에, '아바타'는 개봉 38일 만에, '겨울왕국'은 개봉 46일 만에, '인터스텔라'는 개봉 50일 만에 각각 1000만 관객을 모았다.
1000만 관객은 영화인에게 꿈의 기록이다. 국내에서 5명에 1명꼴로 봤다는 이야기다.
'어벤져스3'는 관객을 끌어모은 속도도 기록적이다. 국내 1000만 영화 중 역대 세 번째로 빨랐다.
개봉 19일째 1000만 관객이 본 '부산행'(2016년 7월20일 개봉·누적 관객 수 1156만6862명·흥행 역대 11위), '택시운전사'(2017년 8월2일 개봉·누적 1218만6765명·역대 10위)와 공동 3위다.
영화 '명량'(2014년 7월30일 개봉·누적 1761만5166명·역대 1위)이 개봉 12일 만에 국내 영화 개봉 사상 최단 기간 1000만 돌파 기록을 세웠다. 이어 '신과 함께''(2017년 12월20일 개봉·누적 관객 수 1441만931명·흥행 역대 2위)가 개봉 16일째 1000만 관객을 모았다.
'명량'과 '신과 함께'는 극장 양대 성수기(여름·겨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어벤져스3'는 어린이날 연휴 덕을 보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은 시기인 봄에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개봉 전 역대 사전 예매량 120만 장 돌파, 역대 최고 예매율(97.4%)을 기록한 데 이어 개봉일(4월25일) 97만6835명을 불러들이며 역대 최고 오프닝 신기록을 경신했다.
개봉 2일째 100만, 개봉 3일째 200만, 개봉 4일째 300만, 개봉 5일째 400만, 개봉 6일째 500만, 8일째 600만 관객, 11일째 700만 관객, 12일째 800만 관객, 13일째 9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대한민국 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갔다.
'어벤져스3' 흥행 비결로는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높은 완성도, 뛰어난 마케팅과 관객 입소문, 대한민국의 특별한 마블 영화 사랑, 개봉 시기 등이 꼽힌다.
이 영화는 창립 10주년을 맞은 마블 스튜디오의 19번째 작품이다. '어벤져스'(2012),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등을 잇는 '어벤져스' 시리즈 세 번째 영화다.
마블 스튜디오는 역대급 시리즈를 예고했다. 영화 사상 최초 전체 분량 IMAX(아이맥스) 촬영으로 새로운 조합의 어벤져스와 역대 최강 빌런 '타노스'(조슈 브롤린)의 무한 대결에 기대감을 높였다.
'어벤져스3'는 마블 새 영화라는 의미를 넘어섰다. 압도적 스케일과 업그레이드된 영화 기술을 통해 지난 10년간 마블 스튜디오가 쌓아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정점을 보여줬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헐크'(마크 러팔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 '스칼릿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팰컨'(앤서니 마키) 등 기존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활약한 히어로가 전원 컴백했다.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윈터 솔져'(세바스천 스탠),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등 새로 합류한 히어로도 존재감을 뽐냈다.
국내에서 이미 많은 팬층을 확보한 히어로들의 스펙터클한 액션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뿐만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를 엿볼 수 있는 묘미도 있었다. 타노스는 강렬한 비주얼과 함께 기존에 보았던 악역과는 다른 모습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마블 스튜디오가 10년간 차근차근 쌓은 MCU 세계관이 '어벤져스3'에서 무르익은 것 같다"며 "전 세계 영화 팬에게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졌을 것"이라고 평했다.
히어로 23명이 힘을 모아 타노스를 대적하는 스토리 역시 관객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위대한 영웅 한 명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식의 영화였으면 그렇게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가 각자도생 시대인데, 영화 속 히어로들조차 혼자 살아남으려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싸우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에서 관객이 위안을 받은 것 같다"며 "'단순히 할리우드의 오락 영화가 아니라 작품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고 분석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은 앤서니(48)·조(47) 루소 형제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더해져 빛났다. 관객들 호평은 자발적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1000만 관객 돌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른 것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김헌식 평론가는 "마블 영화 자체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10~20대 전유물로 여겼지만, 지금 중장년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짚었다.
국내 영화 팬들의 마블 영화에 대한 높은 충성심도 한몫했다. 마블 스튜디오 작품 18편은 한국에서 누적 관객 수 8400만 명을 기록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을 필두로, '아이언맨 3'(2013) 900만 명,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867만 명,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725만 명, '어벤져스'(2012) 700만 명 등 7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작품만 무려 5편에 달한다.
마케팅 역시 흥행을 이끌었다. 영화 관람 에티켓인 '노 스포일러 캠페인'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중심 마케팅을 펼쳤다.
루소 형제 감독은 트위터에 '스포일러 방지'를 약속하는 서약서를 올렸으며, 주연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53), 톰 홀랜드(22), 크리스 프랫(39), 마크 러팔로(51) 등도 '노 스포일러'를 다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개봉을 앞두고 베네딕트 컴버배치(42), 톰 히들스턴(37), 홀랜드, 폼 클레멘티에프(32) 등 배우가 내한해 흥행에 불을 지폈고, 이후에는 SNS를 통해 홍보 활동을 했다.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2017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24)과 다우니 주니어의 만남 등도 국내에서 호응을 얻었다.
작품 외적인 요소도 흥행을 도왔다. 개봉일이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어서 영화를 저렴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초반 호재로 작용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어린이날과 함께, 5월7일이 어린이날 대체 휴일로 지정되면서 흥행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한국 영화 부진도 '어벤져스3'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사실 '어벤져스3'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개봉 5일째 77.4%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했고, 개봉 후 6일 동안 평균 상영점유율은 75.3%에 이른다.
그러나 '스크린 독과점'이라 비난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했다. 경쟁작들이 개봉일을 조정해 정면 승부를 피해서다. 오역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관객 호평은 모든 논란을 종식하기에 충분했다.
김교석 평론가는 "스크린 독과점은 맞는데, 영화 자체가 잘 빠져서 자본주의적 논리로 설득된 것 같다"며 "경쟁작들이 오락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나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시시한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고 봤다.
역대 개봉 외화를 통틀어 최단 기록을 모두 새로 경신하면서 앞으로 어떤 기록을 수립할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존 '어벤져스' 시리즈 기록을 제치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국내에서 '어벤져스'는 707만명,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1049만명이 봤다.
16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데드풀2'(감독 데이비드 레이치)와 경쟁이 관건이다. '데드풀2' 배급사는 21세기 폭스로 월드 디즈니가 아니지만, 이 또한 마블 작품이 원작이다. 마블의 가장 강력한 적이 마블이 된 셈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