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10연패 끊은 키움…기초 없는 공사에 '리빌딩' 성 쌓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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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0연패 끊은 키움…기초 없는 공사에 '리빌딩' 성 쌓을 수 있나

키움, 구단 최다 10연패·리그 월간 최다패 기록하며 추락
주축 선수 이탈에도 전력 보강·선수 육성 성과 미미해

[호남신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악몽 같았던 5월이 끝났다. 3년 연속 최하위를 달리는 키움이 리빌딩의 성적표를 받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키움은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1-0으로 힘겹게 이겼다.
지난달 17일 울산 NC 다이노스전 이후 2주 만에야 승리의 축포를 터트렸다. 두 경기 모두 1점 차 진땀승이었던 것마저 올 시즌의 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5월 키움이 받아들인 성적표는 4승 1무 22패. 구단 창단 최다 10연패 신기록을 작성한 것은 물론, KBO리그 역대 월간 최다 패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세웠다.
올 시즌 키움의 최하위는 예상된 일이었다. 리빌딩 3년 차를 맞아 전력은 지난 2년보다 눈에 띄게 약해졌다.
구단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등이 메이저리그(MLB)로 향했고, 토종 에이스 안우진도 공익 근무 중이다.
토종 선발 에이스도 부재한 가운데 외국인 선수 두 명을 타자로 기용하는 것은 좋게 보면 과감한 선택이지만, 일반적인 시선으로 볼 땐 무모하기만 할 뿐이었다.
예상됐던 부진이지만 뚜껑을 여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현재 키움은 리그 9위 두산 베어스(23승 3무 31패)와의 게임차가 10.5경기로 벌어졌다.
선두 LG 트윈스(35승 1무 21패)와 9위 두산의 격차가 11경기인 것을 감안하면 키움은 리그 내 압도적인 '1약'으로, 팬들도 순위 상승보다 3할 승률이라도 회복하길 바라는 실정이다.
당장 부진한 성적을 넘어 팀 경기력에 발전이 보이지 않으니 리빌딩을 향한 의심도 거세다.
타격과 마운드, 수비까지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 실망스러운 플레이가 이어지니 과연 키움이 선수 육성에 힘을 쓰고 있는지 물음표가 떠오른다.
모기업이 없이 운영되는 구단인 만큼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키움에 있어 에이스 안우진이 돌아오는 2026년을 기점으로 반등을 노리겠다는 전략도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키움의 행보는 리빌딩보다 방치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확실한 선발과 안정적인 필승조, 폭발력 있는 4번 타자가 모두 부재한 가운데 전력 보강은 미미하다.
당장 경기를 뛸 선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지난해 김휘집을 신인 지명권 두 장에 넘기더니, 시즌 후엔 팀의 핵심 마무리였던 조상우를 현금·지명권과 트레이드했다.
그렇게 아낀 비용을 가능성 있는 신인 육성에 투자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그 답도 명확하지 않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음에도 키움의 코치진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확실한 성장세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키움의 신인급 선수 중 팀의 확실한 주전으로 발돋움한 선수는 불펜 주승우 정도뿐이다.
부족한 전력을 뒤집을 전략도 없다. 장타력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도, 섬세한 야구도 키움에선 찾아볼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4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 이른바 샐러리캡 규모를 보면 키움은 9개 구단 평균값의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LG와 비교하면 약 82억원 가까이 적다.
연봉 규모가 실제 순위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샐러리캡에서도 홀로 압도적인 최하위에 자리한 모습은 지금의 순위표와 유사하다.
키움은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구단 운영 흑자를 달성했다.
2023년 당기순이익은 무려 191억7800만원이었으며, 지난해에도 77억2876민원의 이익을 냈다.
당장 긴축이 필요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 아님에도 리빌딩이라는 이름의 절감을 시도하며, 그 부담을 모두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만 전가했다.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하는 어린 선수들은 급히 실전에 투입돼 좌절을 겪어야 했다. 프로 2년 차에 불과한 김윤하는 잠재력을 다질 여유도 없이 패전만 쌓으며 경험치라 포장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힘겹게 10연패를 끊은 주장 송성문도 경기 후 눈물을 훔치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게 했다.
구단에는 한 시즌의 리빌딩이지만 선수단과 팬들은 6개월 동안 매일을 현실과 부딪혀야 한다.
리빌딩이 구단의 장기적인 전략이 되기 위해선 키움은 당장 올 시즌부터 버텨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초 토대가 무너지면 성을 쌓을 수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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