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관세전쟁'을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임위는 22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새 정부서 결정…대선 주요 의제 되나
최임위는 사용자위원 9명과 근로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을 의결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3월 31일 발송했기 때문에 올해 심의는 6월 29일까지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훈시규정에 불과해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90일 이내에 의결된 경우는 단 9번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올해 심의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논의가 진행된 뒤 새 정부 출범 직후 결정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 당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결정된 2018년도 최저임금은 16.4%라는 역대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최저임금을 두고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일률적인 최저임금제도 대신 업종별, 기업 규모별 등으로 최저임금 차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도 내외국인별·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12일 'SNL코리아7'에 출연해 "최저임금 액수가 너무 많다. 최저임금을 너무 높여두면 소상공인이 힘든데, 맞춰주기 어려워 가족들이 다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문수 전 고용부 장관 등 후보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선거 국면에서 관련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확대적용' vs '차등적용'…요구 수준도 관심
올해 최임위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역시 최저임금의 확대적용과 차등적용 여부다.
확대적용 논의는 노동계가 지난해 심의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안건이다. 배달기사나 택배기사 등 법적으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노동자 등 '도급근로자'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노사는 해당 안건을 최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맞섰으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 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공익위원들은 "심의를 종료한 후 최저임금법 5조 3항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구체적 유형, 특성, 규모 등과 관련해 실태와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하면 추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논의 가능성을 열었다.
비록 최종 적용은 무산됐지만, 노동계는 올해 심의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 주장할 예정이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도 '차등적용'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전 산업에 최저임금이 단일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심의에서는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 측에 데이터 등 자료에 기반해 차등적용이 필요한 업종을 밝혀달라고 요청했고, 경영계가 ▲한식·외국식·기타 간이음식점업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 등에 대한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올해는 국민의힘이 대선 공약으로 차등적용 카드를 꺼내면서 경영계 주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 모두 현 시점에서 2026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어느 정도로 요구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관행에 비춰볼 때 노동계는 지난해 2025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던 시간당 1만2600원보다는 높은 금액을,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1만30원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임위 근로자위원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차 전원회의를 1시간 앞둔 22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요구 인상 수준을 밝히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3중고(내수·환율·무역)'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률 현실화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8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심의에서는 양대노총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게 설정하고 수정안을 내면서 접점을 찾아갔는데, 그런 방식의 교섭이 타당하냐는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최초 인상률 요구는 과거보다는 조금 낮게 제시될 가능성도 있고,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근로자 문제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변용일 기자